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도 그 성격에 따라 복잡한 구조의 정보시스템을 보유해야 할 경우가 있다. 실시간으로 주문·판매 데이터를 처리한다든가, 정교한 고객관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정보시스템의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갖출 것은 대부분 갖춰야 한다. 마치 혼자 자취생활을 하더라도 살림에 필요한 물품은 대부분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구현해서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IT전문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30대 여성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치킨프랜차이즈 ‘더후라이팬’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 회사는 최근 3개월여의 프로세스혁신(PI)·정보전략계획(ISP)을 거쳐 최근 세일즈포스닷컴의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으로 각종 정보시스템 구축을 구축했다.
◇급속한 사세 확장에 대응=더후라이팬은 정통 미국 남부식 방법으로 만든 뼈 없는 순살 프라이드 치킨을 무기로 2007년 창업한 후 불과 3년 만에 전국 150개 가맹점을 확보했다. 특별한 가맹점 모집광고 없이 매장영업과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더후라이팬은 ‘2030여성들을 위한 치킨집’이라는 컨셉트 아래 주요한 매출원이라고 할 수 있는 배달 주문을 과감히 없앴다. 그리고 카페 같은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승부수를 걸었다. 소주도 팔지 않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수입 맥주를 제공한다. 기존 치킨집과는 전혀 다른 컨셉트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할 틈도 없이 더후라이팬은 업계 유명 프랜차이즈를 위협할 수준의 매출 실적을 보이며 단숨에 성장했다.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은 이정규 더후라이팬 대표에게 고민을 안겨줬다. 빠르게 회사가 커가는 만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더후라이팬이 보다 내실 있고 튼튼한 중견 기업의 모습으로 성장하려면 ‘새 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4월말부터 3개월간 전략컨설팅을 추진했다. 브랜드 인지도 향상과 고객 및 가맹점 서비스 개선, 조직 문화 혁신 등을 위해서였다.
1차 컨설팅 결과 본사, 가맹점, 고객 간의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고객을 위한 보너스 카드를 도입하고, 가맹점주의 매출 향상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방안이 마련됐다. 더후라이팬 본사는 고객과 가맹점주의 요구사항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했다. 이러한 전략 방향에 걸맞은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더후라이팬은 프로세스개선(PI) 및 시스템 구축 작업을 바로 이어 진행했다.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한 장동인 미래읽기컨설팅 대표는 “일반적으로는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을 별도의 업체가 수행하면 비즈니스 전략과 정보시스템 구현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더후라이팬은 전략컨설팅, 프로세스개선 컨설팅, 시스템구축을 일관되게 진행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층의 확보한 혁신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SaaS로 대부분의 요구 해결=많은 중소기업들은 IT에 투자할 비용이 넉넉치 않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시스템을 분산 구축하는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이렇게 구축한 시스템들은 결국 상호 연동 문제가 생긴다. 시스템 유지보수도 골칫거리가 되곤 한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많은 돈을 들여 대규모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할 여력도 없다. 더후라이팬은 원하는 정보시스템을 이른 시일 내에 구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세일즈포스닷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택했다. 전사 핵심 업무시스템은 물론이고 고객관계관리(CRM)·영업자동화시스템(SFA) 등을 세일즈포스닷컴으로 구현했다. 이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최초 시도였다.
앞서 더후라이팬은 PI 컨설팅을 통해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재정립했다. 설립한지 3년여 밖에 안된 기업이지만 업무프로세스는 상당히 방대했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장 대표는 더후라이팬 본사 직원들과 협의를 거쳐 새롭게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밑그림을 그렸다. 시스템 구현은 시스게이트의 자회사인 HNS웨어가 맡았다.
장 대표는 “세일즈포스닷컴은 더후라이팬의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패키지였다”면서 “특히 기존 POS, 홈페이지, 모바일 서버, 이메일 등의 시스템과 통합이 용이했을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였기 때문에 IT인력 없이도 유지보수가 가능한 것이 장졈이었다고 솔루션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세일즈포스닷컴 서비스가 스마트폰도 지원했기 때문에 모바일 오피스 환경도 자연스럽게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시스템 구현작업도 지난 9월초에 시작해 불과 6주 만에 끝났다. PI컨설팅을 통해 도출한 모든 업무시스템을 다 완성한 것이다.
장 대표는 “1차 컨설팅 프로젝트의 최종 보고서에 나온 효과들이 시스템 구현 후 그대로 적용되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CRM 도입으로 10% 이상 매출 증가가 예상되고, 가맹점 서비스 확대로 가맹점주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이정규 대표는 “향후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세일즈포스닷컴 같은 글로벌 패키지를 도입한 것이 시장 개척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 성과를 판가름하긴 이르지만 본사와 가맹점간 업무를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
성현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