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서비스 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발주처가 과업 내용을 변경해 발생하는 대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수주처에 지불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회장 김신배)가 1일 한국기술센터에서 ‘IT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과업내용 변경과 대가 합리화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민·관·학계 전문가들은 과업변경에 따른 대가산정 선진화를 요구했다.
한경용 삼성SDS 그룹장은 과업내용 변경이 설계 이후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며 이는 발주자가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이기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는 “미국은 발주자가 레벨 3의 프로그램 작업분할구조(PWBS)와 작업기술서(SOW)를 도입해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리한다”며 “새로운 요구사항으로 작업이 변경되는 경우 비용 견적 변경관리를 통해 추가작업에 대한 대가를 산정한다”고 말했다.
한정섭 KCC 정보통신 대표는 “대가 없는 과업 증가로 인한 손실을 일부라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야근으로 인건비를 낮추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품질 저하가 우려되며 이는 결국 시스템 구축 후 유지보수 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발주처에도 손실을 입힌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현대정보기술 상무는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여에 걸친 베트남 사업 사례를 소개했다. 이 상무는 “베트남의 경우 미국 등에서 선진적인 대가 산정 프로세스를 그대로 배워 프로젝트에 제 값을 지불하려는 문화가 정착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학규 삼성SDS 상무는 감사원의 비전문성이 공공 발주처 담당자들의 보신주의를 고착화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 상무는 “공무원 대부분은 시스템을 실제 구축한 경우 추가적인 요구사항이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당한 대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타 부처에서는 지급하지 않는 돈을 해당 발주처에서만 지급하는 경우 감사원 지적사항이 될 수 있어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는 △변경관리시스템 구축 △건설의 총사업비 관리 규정을 참조한 IT서비스 총 사업비 관리 규정 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대가 지급에 앞서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게 우선이라며 업계와 대립각을 세웠다.
김회수 행정안전부 과장은 “전자정부 세계 1위 등 국가 정보화 수준과 IT산업간의 괴리가 있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안이지만 과업 내용 변경을 최소화하는 게 기본”이라며 “업계의 의견을 다음달 발표할 제도 개선안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남용 숭실대 교수는 “IT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려는 시도가 본격화된 것은 의미있다”면서도 “다만 대가변경 차액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관행과 정부 담당자들의 비전문성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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