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현상에 집착한 규제는 실효성 없어”

영화나 게임 등 문화콘텐츠를 청소년보호법으로 규제하려는 발상은 부처 간 업무 혼란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일부에서 게임 과몰입 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25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 주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청소년보호법을 통한 문화산업 규제, 무엇이 문제인갗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민규 아주대 교수는 “사회 전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청소년 보호 업무를 여성가족부가 모두 직접 개입하려는 접근 방식이 문제”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전의 청보법 개정 논의 등을 봐도 문화콘텐츠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었다”며 “새로운 매체에 나올 때마다 청소년 보호책임을 전가하려면 차라리 콘텐츠와 관련한 청소년 보호 업무를 문화부로 이관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진흥과 규제는 상호보완적으로 연계됐을 때 더 효과적일 수 있고, 현장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때 실질적인 규제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사회적 문제가 되는 현상의 원인보다 현상, 그 자체를 문제시 하는 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콘텐츠인데도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 무조건 게임 탓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상 자체를 문제 삼는 제도는 단지 눈에 보이지 않게 하여 심리적 만족을 얻을 뿐이지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들도 대부분 뜻을 같이 했다. 김정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핵심적 요소를 청보법에서 규정하고, 각 상황에 필요한 적절하고 세부적인 규제책은 관련 법률에서 하는 접근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제도들을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만 생각하다보면 ‘청소년’의 보호가 아니라 ‘청소년의 부모(의 가치)’ 보호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SBS 연구위원은 “방송은 청소년에 관해 방통위, 방통심의위, 여가부, 문화부, 영등위 등 옥상옥 구조로 돼 있다”며 “선순환적인 문화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주 연구위원은 “특히 모호한 용어 정의나 관련 부처의 과도한 권한 및 청소년 보호 규정의 비현실성 등은 반드시 숙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규제를 강화하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일종의 잘못된 믿음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법에 의한 강제가 아닌 ‘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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