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베트남의 SW 파워

지난주 베트남을 다녀왔다.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것이 쌀국수다. 쌀국수는 처음 맛봤을 때와 달리 꽤 먹을 만했다. 세모꼴 모자와 오토바이도 베트남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논(Nonh)이라 불리는 고깔모양의 베트남 전통모자는 농가에서 아낙들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 1호인 오토바이는 도심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수십대에서 많게는 100대 이상의 오토바이가 무리져 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베트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정도는 베트남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베트남이 전 세계 2위의 커피 수출국이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모른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파는 인스턴트커피 대부분은 베트남에서 수입해 온 것이다.

커피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의 소프트웨어(SW) 파워는 대단하다. 기자는 이번 방문길에 베트남의 SW 파워와 인프라를 보고 여러 번 놀랐다. 베트남은 이미 9년 전에 대규모 SW단지인 광쭝소프트웨어시티(QTSC)를 조성했다. 베트남 최대 상업도시인 호찌민 중심가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이곳에는 200개 이상의 현지 SW회사가 입주해 있다. 이곳의 대표 기업인 TMA는 IBM·알카텔루슨트·어바이어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등 세계를 상대로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다.

QTSC만 있는 게 아니다. QTSC보다 몇 배 더 큰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도 호찌민 외곽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3년 전 만들어진 SHTP 크기는 현재 600㏊ 정도인데 베트남 정부는 이를 900㏊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의 3배나 되는 규모다. SHTP에는 미국 인텔과 일본전산주식회사(Nidec)가 각각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고, HP도 대형 연구개발센터를 만들려 하고 있다.

SW 인력의 질도 꽤 우수한 편이다. 베트남에서는 보통 고졸자의 10% 정도만이 대학에 가는데, 이 중 상위 5%가 SW와 IT 분야를 지원한다. SW 아웃소싱에 긴요한 영어 능력도 갖춘데다 최근에는 국제 SW 자격증을 따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TMA의 한 임원은 “2000명이 지원하면 이 중 한 명만 뽑는다”며 베트남의 풍부한 SW인력을 자랑했다.

SW 개발에 드는 인건비도 인도와 중국에 비해 저렴하다. TMA가 200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SW 개발비용을 100으로 봤을 때 베트남은 15, 인도는 49, 중국은 25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인프라도 꽤 갖췄다. 베트남 IT 시장은 최근 몇 년간 20% 이상씩 고공 성장했으며 PC방도 1만여개나 된다. 베트남은 우리의 옛 정보통신부를 본떠 정보통신 전담부서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리가 우습게 여기는 베트남이 이처럼 SW 파워를 쑥쑥 키워가고 있는 데 비해 오래전부터 SW강국 코리아를 외치고 있는 우리는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별반 나아진 게 없어 안타깝다. 베트남에서 돌아오자마자 지경부가 세계적 SW 제품을 만들겠다고 책정한 WBS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3분의 1로 줄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방은주 경인취재팀장/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