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키아지멘스가 네트워크, 솔루션 및 애플리케이션 연구개발을 위한 ‘스마트 랩(Smart Lab)’을 다음 달 한국에 설치한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간 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며, KT 등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된 신기술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KT(회장 이석채)와 노키아지멘스(회장 라지브 수리)는 24일 서울 강남 KT올레캠퍼스에서 KT 이석채 회장과 노키아지멘스 라지브 수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 랩 설치를 통한 공동 연구와 국내외 사업협력을 위한 기업 간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공동 연구개발한 기술을 국내는 물론 노키아지멘스의 600여개 해외 사업자 네트워크를 활용, 해외시장에서 상용화 및 수출할 수 있도록 추진키로 했다.
노키아지멘스의 스마트랩은 유럽과 미주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설치되며, 특히 KT 같은 통신사업자와 함께 설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 양사는 스마트폰환경에 최적화된 네트워크, 차세대 단말 및 앱, 스마트 솔루션 등을 첫 연구 분야로 선정,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 스마트 랩에는 20~30명의 연구인력이 상주하게 된다.
<뉴스의 눈>
며칠 전 알카텔-루슨트의 대대적인 한국 투자계획이 알려진데 이어 그 동안 잠행을 계속하던 노키아지멘스가 한국 투자를 발표했다.
노키아지멘스의 합류로 시스코,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등 국내 통신사업자의 LTE 장비업체 선정에 참여한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들이 대부분 한국투자라는 ‘당근 전략’을 노출했다.
이런 가운데 노키아지멘스의 한국 투자 발표가 눈길을 끄는 것은 협력 파트너로 KT를 선택한 점이다.
노키아지멘스 입장에서 장비 공급업체 선정에 방점을 찍기 위해 이미 시험평가(BMT)를 마치고 가격 입찰을 진행 중인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를 선택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특히 KT는 LG에릭슨과 이미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클라우드커뮤니케이션센터(CCC) 도입을 진행하며 돈독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상반된 두 가지 분석을 하고 있다.
첫째는 노키아지멘스가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의 입찰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더라도 KT와의 협력에 우선 순위를 뒀다는 분석이다. 실제 24일 오전 KT 이석채 회장을 만난 뒤 오후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면담했지만, SK텔레콤은 업체 선정을 앞두고 해당 업체 CEO를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미팅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는 오히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입찰에서 이미 자신감을 가진 노키아지멘스가 KT 입찰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KT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입찰 참가 업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노키아지멘스 관계자는 “KT가 국내외에서 새로운 이동통신 전략을 완성시켜 감에 있어서 새로운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노키아지멘스를 파트너로 선정한 것 같다”며 “LTE업체 선정과는 별개의 이슈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쟁업체의 한 사장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2G 장비를 도입하면서 M, L사 등을 선정해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며 “국내에 이동통신장비 공급 경험이 없는 노키아지멘스를 선택하는데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장비업체 임원은 “노키아지멘스가 민감한 시점에 KT를 선택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나름대로의 전략이 존재할 것으로 파악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LG유플러스 LTE 장비업체 입찰에는 삼성전자, 시스코, LG-에릭슨(이상 교환기부문)과 삼성전자, 노키아지멘스, LG-에릭슨, 화웨이(이상 기지국 부문)에 경쟁하고 있다. 또 SK텔레콤 입찰에는 삼성전자, LG-에릭슨, 알카텔-루슨트, 노키아지멘스이 참여하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