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보화의 바로미터인 슈퍼컴퓨터 부문에서 중국이 크게 앞서기 시작했다. 국가 연구개발의 기초체력인 이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 1위로 우뚝 섰다. 1990년대 초반 칭화대에 슈퍼컴을 도입하면서 시작된 중국의 슈퍼컴 정책은 국가 정보화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으며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 예산 1000억원을 투입,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이어갈 변변한 중장기 로드맵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슈퍼컴은 IT뿐만 아니라 금융·자동차·환경·국방 등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대용량의 슈퍼컴이 국가 연구개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돌이켜 보면 이 같은 상황은 예고된 것과 마찬가지다. 10년 전부터 슈퍼컴 육성법 논의를 해왔고 지난해 9월 국회의원발의로 상정을 성사시켰으나 정치 이슈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효율적 자원배분과 전문인력 양성 등 핵심내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조차 없다. 오는 22일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다. 미국, 중국 등이 각종 육성법을 만들어 범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한 것과 비교해 우리의 그것은 아직 어설프기만 하다.
우리의 슈퍼컴 구축은 기상청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기상청에 집중되어 있다. 지금은 500대 슈퍼컴 목록에서 모두 24위 안에 들어 있지만 5년 주기로 반복되는 슈퍼컴사업 특성상, 새로운 슈퍼컴 구축사업이 없는 한 5년 뒤에 500대 리스트에 이름을 못 올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슈퍼컴 구축사업은 단시일 내에 이룰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기술과 노하우가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계산과학의 역량이 축적돼야 한다. 결국 정책당국이 긴 안목을 갖고 의지력을 발휘해야 가능하다. 지금이라도 슈퍼컴 백년대계를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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