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LCD 팹 건설과 관련해 중국 정부로부터 `동반승인`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LCD 업계의 세계 시장 지배력 강화에 또 다른 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경쟁상대였던 샤프는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만 기업은 대만 정부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2개 티켓을 국내 기업만 거머쥐어 중국 내 국내 기업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국가별 안배로 국내에서 1개 기업만 승인받는 것이 유력시됐지만 국내기업은 이를 뒤엎는 괴력을 발휘했다.
중국 LCD TV 시장은 연간 4000만대 수준으로 급성장, 세계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최대 시장이다. 기존 LCD TV의 주력 시장이던 북미와 유럽 등은 이미 그 성장동력을 중국으로 급격히 뺏긴 지 오래다. 중국 시장은 14억명에 이르는 거대 인구를 기반으로 꾸준하게 LCD TV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중국 LCD TV 시장은 지난해 2500만대 수준에서 올해 이미 4000만대 수준에 달할 정도로 큰 폭의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최근 LCD 공급 과잉 상황에도 불구하고 패널 재고 소진이 대부분 중국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을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TV 시장을 견인한 것은 사실상 중국”이라며 “가전하향(家電下鄕) 등 현지 정부의 수요 증진 정책과 현지 TV 업체의 급부상으로 삼성과 LG가 현지 팹 건설에 적극 나선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현지 공장 건설로 중국 로컬 TV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중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 세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LCD 업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지만 중국 시장 점유율은 수량 기준 35% 수준에 그쳤다. 특히 현지에 대형 팹 공장을 세움으로써 공급망을 단순화하고 납기를 단축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지에서 생산함으로써 관세 장벽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현재 중국은 LCD에 3%의 관세를 매기고 있으며 추후 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아직 중국 진출이 확정되지 못한 대만 기업 및 샤프와의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AUO나 CMI 등은 중국 진출을 시도 중이나 대만 정부가 기술유출 우려와 대만 내 투자 계획 제출 등을 앞세워 현재까지도 중국 진출 승인을 내주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 3분기 가동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현지 공장 건설이 장기간에 걸쳐 지연돼 왔다는 점은 향후 시장 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BOE 등 현지 업체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8세대 양산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또 이미 국내에 차세대 증설 투자를 검토하고 있던 양사의 장기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투자가 우선되면서 11세대 투자는 상당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과 LG의 팹 공장 건설과 관련해 8개월 이상 승인을 지연했던 중국 정부의 입장 변화 배경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중국 진출을 포기하는 수순이었지만 중국 업체의 기술 수준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8세대의 경우 TV용 패널을 주로 생산하는 라인인데 중국 현지 업체들이 패널은 물론이고 TV 세트 제조 과정에서 기술 및 특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한국 업체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한국기업들의 진출을 승인함으로써 천안함 사태 등으로 소원해졌던 양국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샤프는 최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으로 발생한 중 · 일 갈등의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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