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 전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을 판정받은 엄경우(34)씨는 장애를 딛고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장애인 일자리 나누기라는 취지로 마련한 `저작권 지킴이`에 선발됐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이 꿈이었던 엄씨는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건설현장 일용직을 뛰어 학비를 모았다. 입대 전 아르바이트를 위해 출근하던 길 일어난 교통사고는 엄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지체장애 1급 판정,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조차 없는 지경에 처했다.
엄씨는 이제 무거운 휠체어를 끌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가졌다. 저작권 지킴이 활동을 통해서다. 아내와 9개월 된 딸도 환하게 웃었다. 저작권 지킴이는 IT업계의 저작권 사수의 첨병이다. 이들은 불법 웹하드 및 여타 사이트에 올라오는 불법 콘텐츠를 감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저작권 지킴이를 선발하면서 전원 장애인을 채용했다. 그동안 저작권보호센터의 재택 모니터링 요원 26명이 340개 이상의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업무를 해왔다. 여기에 이번에 고용된 40명의 장애인이 더해진다.
저작권보호센터는 최근 선발된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재택근무 모니터링 교육`을 진행했다. 40명의 교육생들은 대부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상태였지만 어느 한 명 빠짐없이 강사의 설명에 집중했다.
엄씨는 “불법 다운로드로 인한 저작권 침해는 뉴스로만 많이 들었지 이런 업무를 직접 하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이제 나부터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않고 모니터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이처럼 사회제도적인 개선과 저를 믿고 있는 가족이 있는 한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냈다.
조기철 문화부 저작권보호과장은 “이번 온라인 불법저작물 재택 모니터링 강화 사업은 장애우 고용 촉진은 물론 불법저작물 유통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 등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애인 저작권 지킴이 사업은 앞으로 두 달간 진행된다. 조 과장은 “업무 성과를 봐서 내년에도 장애인 고용 재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라는 방침을 내놨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