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업계가 한국 시장과 글로벌 시장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대공습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글로벌 종주국을 자부했던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산 온라인게임에 밀려 국내 업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산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입을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등급분류를 신청하는 건수가 부쩍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19개의 중국산 온라인게임에 대한 심사가 이뤄졌다. 연말에는 4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중국산 온라인게임은 총 18개였다. 2008년엔 단 5개에 불과했다. 2년 만에 무려 8배로 늘어난 것.
업계는 한때 질 낮은 게임만 양산했던 중국 게임업체가 수년간 업력을 쌓으며 기획력, 개발력을 갖춰가고 있어 앞으로 중국산 온라인게임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 개발사를 잠식하는 일도 많아졌다. 중국 2위 게임 업체 샨다는 최근 아이덴티티게임즈를 1062억원에 인수했다. 샨다게임스는 2004년엔 `액토즈소프트`를 약 1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중국 1, 2위 게임사인 텐젠트와 샨다가 한국 게임산업에 약 18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도 중국산 게임 바람이 거세다. 2010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점유율은 31.3%로 한국보다 8.3%포인트 앞섰다. 2008년 한국보다 1%포인트 앞섰지만 빠르게 격차를 넓혔다.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은 이미 종주국 지위를 잃었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보다 2%포인트 이상 하락한 25.6%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8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중국 온라인게임 바람을 이어갈 태세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문화부가 중소 온라인게임 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과 금융 지원, 수출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된 자국 온라인게임 우대 정책을 제정하고 있다.
최근엔 게임 과몰입 예방책 등도 게임업체가 자율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예전엔 문화부 규정에 맞춰야 했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자국 온라인게임 육성을 위해 최대한 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에선 온라인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를 속속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는 청소년의 심야시간에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내용을 포함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문화부와 게임업계가 자율적으로 마련한 게임 규제, 산업 발전 방안과도 충돌한다. 현재 양 부처가 조율하지 못하고 있어 연내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wook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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