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게임] (3회)게임 즐기는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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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생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중고등학교 시절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바로 게임인 걸요.”

“공부 잘했다고 게임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적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부모님이 못하게 하면 몰래 새벽에 일어나서 게임을 즐기기도 했어요.”

“게임을 하지 않는 기성 세대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에 대해 무조건 과도하게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해할 수 없어요.”

“한참 부모님과 갈등이 있을 때 2주 동안 야자(야간자율학습) 제끼고 밤마다 PC방에서 지낸 적도 있어요. 게임과 학업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 자기 절제가 중요한 거죠.”

“청소년들 심야시간에 게임 못하게 막는다고요? 하하하~ 콘솔게임은 어떻게 막는대요? 12시 이후부터 못하게 하면 많은 친구들이 야자나 학원 제낄걸요. 아니면 부모 주민번호를 도용하든지...청소년 게임 이용이 더욱 음지로 들어가는 거죠.”



최근 서울대학교 교정에서 만난 서울대 재학생들 박재현, 노지영, 한지연, 차지연씨의 말이다. 청소년들이 과몰입해서 학업을 방해하고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심야 시간 게임을 못하도록 하는 법제도인 `셧 다운제`가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공부를 잘하는, 소위 `명문대`생들은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여가와 취미의 하나일 뿐인 게임에만 기성세대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들이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 게임이 학업을 방해한다고요? 고3 때는 공부 외에 모든 것이 방해물이죠.

“저는 고등학교 때 PC방 아저씨가 여자 프로게이머로 키워주겠다고 얘기할 정도로 PC방에서 게임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스스로 게임 중독이라거나 광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게임을 즐긴다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에 대해 게임 과몰입자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아요.”

`크레이지아케이드` `카트라이더` `포트리스` `스타크래프트` 등 유명 게임을 또래들보다 월등히 잘할 정도로 게임을 즐겨했던 차지연씨는 자신을 게임 과몰입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서울대 재학생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성적이 좋았으니 게임을 즐겨 해도 부모가 적당히 제지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스스로를 `던전앤파이터` 마니아라고 밝힌 박재현씨는 “부모님이 무척 싫어하셨죠. 하지만 게임은 스트레스 해소와 취미 생활일 뿐이예요. 못하게 하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라도 했죠.”라고 말했다.

“어른들 시각에서 고3때는 심지어 잠마저도 학업의 방해물이죠. 게임은 오히려 스트레스 해소라도 되거든요. 드라마나 영화도, 잠도, 심지어 축구하는 것도 방해되긴 마찬가지인데 왜 유독 게임에만 색안경을 끼는지 모르겠어요.” 차지연씨의 말이다.



# 몰입도가 높은 게 나쁜 건가요?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죠.

게임은 여가와 취미 생활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그래도 게임이 다른 활동에 비해 몰입도가 높아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다. 몰입도가 낮은 엔터테인먼트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올라가는 경험은 희열을 주며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노지영씨는 “몰입도가 높은 게 단점인지 모르겠어요. 중독성 강한 플래시게임을 좋아하는데 집중력을 끌어올려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오히려 희열을 느끼고 이런 집중력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박재현씨는 “게임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보여요. 게임이 몰입도가 높지만 높은 몰입도를 활용해서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 독일 친구는 매주 파티? 우리도 놀고 싶은데 뭐하고 놀죠?

“독일 친구가 있는 그 친구들은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다더군요. 매주 모여 파티를 즐기거나 같이 춤도 추고 보드도 타러 다니면서 논다고 하던데 우리는 솔직히 학원 갔다가 밤 10시 이후에 돌아오면 놀고 싶어도 할 게 없잖아요.”

중고생 시절 게임 말고 다른 놀이를 할 기회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학원과 야자에 시달리는 중고생들이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고생 시절 컴퓨터가 없었던 세대는 뭐하며 놀았는지 오히려 궁금하다고 했다.

차지연씨는 “컴퓨터가 없었을 때 축구, 농구 등 스포츠를 즐기거나 몰래 당구치고 술먹으며 놀았던 기성 세대와 놀 방법과 시간이 딱히 없는 현재 청소년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영화를 보고 싶은데 밤 10시 이후에 극장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 셧 다운제? 그렇다면 인터넷도 12시 이후에는 못쓰게 해야죠.

자연스럽게 게임 과몰입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는 셧 다운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한지연씨는 “인터넷에도 청소년이 빠져들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12시 이후에 게임 못하게 한다면 인터넷도 못하게 하고, 케이블에 나오는 유해한 드라마도 못보게 원천봉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되물었다. 노지영씨도 “저는 TV에 나오는 공포영화나 스릴러 영화를 전혀 못봅니다.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TV프로그램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 얼마나 많은데 게임에만 유독 강하게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재현씨는 “오히려 일본의 미소녀 성범죄 게임과 같은 것들을 청소년이 접근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관련 키워드만 입력해도 인터넷에 사진이나 화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유해한 정보가 많다”고 덧붙였다.

셧 다운제 필요성 중 하나로 제기되는 청소년의 건강권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차지연씨는 “청소년의 건강권을 지키려면 정규 학습 과정에 체육 시간을 늘린다든지 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나요”라고 되물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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