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허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자,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기관들이 앞다퉈 중견기업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정책이 `씨앗뿌리기`식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효과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일부에서는 검증된 기업만을 선정하고 있어 오히려 자기 실적을 챙기기 위한 `생색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성장 중견기업 선정=지난해 11월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선정한 한국수출입은행을 필두로 올들어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그리고 준공공기관인 한국거래소가 `프론티어 챔프` `트레이드 챔프스 클럽` `히든챔피언` 등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며 중견기업 지원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선정한 대상 기업 수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12곳을 발표했던 수출입은행이 올해 100곳을 정했으며, 다른 곳들은 적게는 6개사에서 많게는 37개사에 달한다.
선정 기준도 유사하다. 기업들로부터 공모신청을 받는 수출입은행은 기술력, 성장잠재력, CEO 역량, 재무안정성을 선정 기준으로 들고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재무건전성, CEO 경영능력, 제품 및 기술 경쟁력, 해외 마케팅 역량, 수출 실적 등을 보고 있으며 한국거래소는 시장지배력, 수익성, 기술력, 성장성, 재무안정성 등을 평가한다. 정책금융공사는 요건을 구체화해 신용등급 BB- 이상으로 국내외 대기업과 협력 양해각서 등을 교환한 수급기업을 포함한 세 가지 기본요건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한 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2회 이상 영업이익률 3% 이상, 전년도 매출액 100억원 이상 그리고 회계감사 결과 적정의견을 받은 기업으로 구체화했다.
◇지원 및 혜택=기관들은 이들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무역보험공사는 무역보험 지원한도를 두 배 이상 늘리고 공동 선정은행인 국민은행과 함께 수출입금융과 기업대출 전담지원 등에 나선다. 수출입은행도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전반에 대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및 KOTRA 등 외부기관과 협업을 통한 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정책 지원기관이 아닌 한국거래소도 홍보와 IR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은행, 산업기술진흥원 등과 공동으로 지원 인프라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업을 공식화하지 않은 정책금융공사는 금리우대(0.2%포인트) 정도만의 혜택을 준다.
이들 기관은 최근 화두인 글로벌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선정 기업들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은 최근 100개 업체 선정 후 “올해 전방위 지원체제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며 “내년부터는 이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역보험공사측도 “이들 기업의 성장을 정체시키는 장애요소를 적극 해소하고 보다 수월하게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미래 국가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데 공감해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선택지원 vs 생색내기=정부 기관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중견기업이 글로벌 회사로 도약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찬성하지만 정책지원기관들이 마치 시중은행의 VIP고객관리와 같이 검증된 곳만을 중점 관리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 연구계 한 관계자는 “선정업체들을 보면 이미 성공한 곳이 대부분으로 그들 기업에 기관의 딱지를 붙이는 격”이라며 “정부 자금을 받아서 지원사업을 펼치는 곳은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큰 곳을 찾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준)공공기관 중견기업형 사업>
*자료:각 기관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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