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갈의 우려도 없고 사용한 후 공해 물질이 남지도 않는 수소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에너지원으로 일찍이 관심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수십 년 전부터 전 세계가 수소경제시대로의 전환을 꿈꾸며 관련 기술과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아 왔다.
아직까지도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적 ·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전 세계의 기술개발동향과 앞으로의 과제, 극복해야할 장애물은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미래 사회=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의 5%를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로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이때 생산되는 발전량은 얼마나 될까.
2009년 기준으로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1733만대. 이중 75㎾급 연료전지를 탑재한 자동차가 5%를 차지한다고 하면 연료전지자동차를 1시간만 발전에 사용해도 우리나라 일 년 평균 발전량을 뛰어 넘는 양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
전기자동차를 전기수요가 많을 때 분산 전원용으로 활용한다면 대형 발전소를 짓지 않고서도 전력공급을 해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발전용 연료전지를 설치해 분산형전원으로 활용해도 같은 효과를 얻어 낼 수 있다.
수소스테이션(주유소역할)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충전하고 생산된 전력을 다시 전력망과 연계해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다.
수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다. 물을 전기분해 할 때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를 태양광 · 풍력 · 지열 같은 재생에너지원으로 부터 얻는다면 수소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수소에너지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있지만 정부와 산업계의 투자와 기술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이러한 모습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동차 제조사와 정유사를 중심으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 · 기아차는 2004년 9월 미국 에너지부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미국 전역에서 32대를 시범 운행한바 있고 국내에서도 2006년 8월부터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수소연료전지차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미국 에너지부(DOE)와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 주관으로 열린 `수소연료전지차 로드 투어` 행사에서 현대차의 투싼 연료전지차 2대와 기아차의 스포티지 연료전지차 1대가 미국 대륙 동서 횡단에 성공한 바 있어서 성능에 있어서는 이미 검증된 상태다.
현대 · 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개발에 2013년까지 약 2조2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소스테이션 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SK에너지는 지식경제부와 `수소스테이션 국산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난 2007년 대전에 LPG로부터 수소를 생산해 공급하는 수소스테이션을 설립했으며 GS칼텍스 또한 같은 시기에 나프타 수소스테이션 건설 및 실증에 성공했다.
◇왜 수소에너지인가=시기에 있어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화석연료는 `고갈`이라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화석연료는 연소될 때 필연적으로 CO2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사용에 있어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수소에너지가 `포스트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 오른 이유는 무엇보다 `고갈`과 `온실가스배출`이라는 화석연료의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강력한 에너지를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수소는 전기에너지와 같이 1차 에너지를 변환시켜 얻을 수 있는 2차 에너지이다. 에너지 변화에 의해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에너지로 현재 산업분야에서도 다양한 합성 원료이자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수소는 연료로 사용할 경우에 연소 시 극소량의 NOx 발생을 제외하고는 공해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 또한 직접 연소에 의한 연료로서 또는 연료전지 등의 연료로서 사용이 간편하다.
수송에 있어서도 가스나 액체로서 쉽게 수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고압가스 · 액체수소 · 메탈 하이브리드(금속수소화물)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저장이 가능하다.
수소는 또한 물을 원료로 제조할 수 있고 사용 후에는 다시 물로 재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한 · 청정에너지로 불리는데 손색이 없다.
더욱이 산업용의 기초 소재로부터 일반 연료 · 수소자동차 · 수소비행기 · 연료전지 등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수소의 활용 없는 미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소경제 도래 시점과 규모=수소경제의 도래는 수소의 생산 · 이송 · 저장 인프라의 구축과 경제성 확보가 언제 이루어지느냐에 달렸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경우 2020년을 전후로 양산이 가능해 진다는 것이 대세론이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수소스테이션 구축과 더불어 이에 필요한 수소생산 · 저장과 관련된 기술개발 분야도 동시에 급속도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수소경제시대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분산형전원과 관련된 전력계통부문, 신재생에너지발전부문 등 제반분야가 필수적으로 동반성장해야 한다.
수소를 원료로 열과 전기를 생산해내는 연료전지 시장은 최근 정부의 보급사업을 기반으로 서서히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 판매가격은 약 6000만원 수준으로 아직 활발한 보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정책과 더불어 보급이 활기를 띄면 몇 년 안에 현실성 있는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S퓨얼셀에 따르면 그린홈 보급사업을 시작으로 2015년 2만대가 보급될 전망이다. 이후는 일반 판매가 그린홈 시장을 추월해 2020년 1조2500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연료전지가 활용되고 있다. SBI 에너지의 최근 연구보고서 `국제 연료전지기술`은 2010년 연료전지시장을 5억9800만 달러로 예상했으며 2014년에는 12억2000만달러로 매년 20%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연료전지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2005년 3억5300만달러에서 2009년 4억9800만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에서는 2009년에 함부르크 공항에서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무인항공기를 이륙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에어버스와 협력해 본격적으로 항공기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잠수함이나 무인비행기 등 군수분야에서 수소연료전지의 활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 화물운반용 포크리프트를 이미 200대 이상 보급했다.
수소가 국가에너지 믹스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서서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료전지가 적용된 기기가 아직은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개발된 기술이 적용되고 양산이 가능해지면 소비자 스스로 구매를 결정 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이 형성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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