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은 정말 꼼꼼합니다. 남들의 말보다 직접 만져보고 들어봐야 구매 욕구가 생기지요. `이어폰샵`이 성공한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양기 우성전자 사장(37)은 자타가 공인하는 헤드폰 · 이어폰 유통 전문가다. 그가 처음 이 업종에 발을 담근 곳은 서울 청계천이다. 당시 청계천은 세운상가와 더불어 음향기기의 `메카`였다. 전국에서 올라온 도매상과 일반 고객이 뒤섞여 복작복작한 거리에서 우 사장은 유통의 기본을 배웠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거래를 하는 유통의 `ABC`를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그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건 2000년대 초. MP3 파일이 빠르게 카세트테이프와 CD 시장을 잠식했다. 이에 전국의 레코드가게도 하나 둘씩 문을 닫았다. 이들은 헤드폰 · 이어폰의 가장 큰 수요처로써 오프라인 매출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으로 판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우 사장은 과감히 G마켓 등에 오픈마켓을 열었다. 2003년에는 `이어폰샵`이라는 독자 사이트도 구축했다. 도매상의 원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구매 패턴을 따라잡아야 살아남는다는 확신이 그를 지탱했다.
2006년에는 서울 대학로에 처음으로 체험매장인 `이어폰샵`을 열었다. 고가 브랜드 제품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손수 들어보지 않고 구매하기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을 위한 일종의 체험매장인 것. 새로운 시도는 적중했다. 매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고, 유사한 컨셉트의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2009년에는 자체 브랜드를 단 이어폰도 출시했다. 우성의 `EXS` 시리즈는 출시된 지 1년 만에 2만대 넘게 팔렸다. 새로운 브랜드로는 괜찮은 성적이다.
우 사장은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헤드폰 · 이어폰에 그쳤던 대학로 매장을 `스마트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매장으로 탈바꿈한 것. 이전보다 세 배 이상 큰 곳으로 매장도 옮겼다. 이곳에서는 100여개의 헤드폰 · 이어폰을 비롯해 MP3 · PMP · 스마트폰 · 스마트패드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앞으로 각종 IT기기와 접목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이 주목받을 것입니다. 대기업도 속속 뛰어들고 있고요. 하지만, 제일 먼저 체험매장을 시작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변화 속에서도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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