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에서 사립대학 기금의 용처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주요 내용은 대학이 적립금을 안정적인 적금 등에 투자하기보다는 기금확대를 위해 펀드나 수익증권 파생상품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금 적립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지하고 있는 국내 대학의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대학들이 기금 확대를 위해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국의 경우 대학 등이 기금 확충을 위해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허용돼 있는 대신 기금의 사용처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대학의 경우 기금의 50% 범위에서 증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외부의 적절한 감시 및 통제는 적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번 문제제기의 핵심은 대학 적립금의 투자처가 적절했는지보다는 불투명한 운용으로 인한 손실발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의 사례를 감안할 때 벤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당국자 입장에서 실무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해 본다. 일반 펀드와 달리, 벤처펀드는 상장은 되지 않았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분산 투자하고 있어 주식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증권시장 주요지수인 코스피 지수는 1897에서 1683으로 11.3%, 코스닥 지수는 704에서 508로 28%가 각각 하락한 반면에 동 기간 벤처펀드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VI 지수는 104에서 107로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벤처투자가 장기투자로서 투자포트폴리오의 한 영역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 미국 대학의 대부분은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연간 미국 벤처펀드 출자의 20% 이상을 대학에서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 대학의 벤처펀드 참여율은 `제로`다.
대학의 벤처펀드 참여는 기술창업 활성화와 수익 극대화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한 예로 미국의 시카고 대학은 자회사로서 벤처캐피털인 `ARCH 벤처`를 설립하고 대학발전기금, 연기금, 기업체 등의 외부 투자를 이끌어내 벤처펀드를 조성했다. 원천기술 상업화를 위한 초기 모험자본인 셈이다. 시카고대학은 이 펀드를 자사 대학 출신의 실험실단계에 있는 첨단기술에 전문적으로 투자했다. ARCH 벤처펀드는 1989년 900만달러 규모의 1호 펀드로부터 시작해 6호 펀드까지 총 10억달러 이상의 재원이 조성됐다. 시카고대학은 이러한 재원을 110개 이상 신기술 창업기업에 투자했고, 이후 30여개 기업이 나스닥 등에 상장되거나 인수합병(M&A)됐다.
국내 대학들의 경우 벤처펀드 참여가 꺼려진다면 모태펀드에 대한 출자를 통해 리스크를 한 번 더 헤징할 수도 있다. 모태펀드는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펀드(Fund of Funds)로서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보다 리스크가 덜하며, 실제로 청산된 자조합의 수익률은 연평균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실현하고 있다.
대학이 벤처펀드에 참여할 경우 안정적인 기금운용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좋고, 해당 대학을 나온 졸업생들은 창업 시 기금을 통해 조성된 벤처펀드로부터 투자받게 돼 사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대학의 벤처펀드 참여 확대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승원 중소기업청 창업벤처국장 swseo@smb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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