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의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분쟁과 논의의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나라에서건 지상파의 인위적 · 자연적 난시청을 해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블TV의 역사는 지상파 방송 신호가 잘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지금에 와서는 유료방송인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으로 지상파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났지만 이들 유료방송이 더 이상 지상파의 보조적인 매체라고만은 볼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어떤 범위까지 재송신을 허락할 것이냐가 이슈가 되어 왔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부과됐다. 각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큰 줄기는 비슷하다. .
케이블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은 미국이다. 1940년대 케이블은 지상파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며 출발했다. 이 후 재송신이 어떤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이득을 주는지와 시청자의 지상파 시청권을 두고 규제의 흐름이 바뀌었다.
1940년대에는 지상파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주던 것이 1960년대에는 케이블TV가 권역외 수신을 하기 시작하면서 지상파방송사의 광고 수익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FCC의 규제가 시작됐다. 케이블TV가 반드시 해당 지역 방송 채널을 송신토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이 후 1980년대에는 탈규제의 흐름을 걸었으며 1990년대 접어들며 다시 케이블TV 규제가 강화됐다. 케이블의 재송신 여부가 지상파의 광고 수입을 좌우하고 있는데다 케이블의 독점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92년에 케이블TV 소비자 보호와 경쟁에 관한 법이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지역 방송사가 자신의 방송국 전파를 무조건 송신하도록 요구하거나 또는 재송신 승낙을 받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채널용량의 3분의 1을 재송신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이후 디지털 전환으로 이러한 논의는 다시 재개됐다. 케이블TV가 디지털 방송을 재송신하는지 마는지에 따라 지상파 디지털 전환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케이블은 대역폭 제한에 따른 채널 편성권 침해라며 반발했지만 FCC는 의무송신 방법과 채널용량 계산방법, 의무송신 대상이 될 콘텐츠 등을 구체화해 발표했다. 여기에는 부담을 나눈다는 원칙이 존재했다.
영국에서는 1984년 케이블과 방송법을 통해 의무 재송신을 규정했다. 중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이를 통해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호한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의무 재송신으로 발생하는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됐다. 케이블 사업자의 반발이 나타난 것이다. 다시금 논의가 시작됐으나 여기에도 원칙은 공공서비스를 시청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본의 경우 케이블TV는 수신장애가 있거나 가능성이 있는 구역 내 모든 텔레비전 방송을 재송신하도록 의무화 했다. 수신장애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저작인접권자(지상파 방송사)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정부가 중재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일본 총무성이 케이블TV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장했다. 난시청해소를 위해 케이블TV에 가입하는 경우 초기비용 반을 부담해 주기도 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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