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새로운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발전을 거듭한다. 그러다 한계에 봉착하는 순간이 오면 반드시 위기를 맞는다. 문제는 그때 낡은 시스템을 혁신하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는지다. 지난 1980년대 미국은 제조업의 몰락을 정보기술(IT)과 금융 산업으로 극복했다. 반대로 일본은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실패한 뒤 장기 불황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전형적인 `잃어버린 10년`의 국가다. 우리나라도 전통적인 시스템을 유지한 채 현재 위기 요인들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추세다. 10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의 벽에 갇혀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모든 나라가 경제 성장 과정에서 공통으로 겪는 시스템의 위기는 8가지다. 기존 산업의 성장 한계, 종신 고용 체제의 붕괴,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경제 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늑장 대응이다. 여기에 한국은 심각한 사회 분열 문제와 채 준비하지 못한 통일의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위기 요인을 더 안고 있다.
책은 향후 10년 뒤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장 한계를 맞은 시스템의 위기 요인들이 시시각각 현실화하는 사이 밖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무대로 미국 · 중국 · 유럽연합(EU) · 일본 등 세계열강이 `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안팎의 조건을 감안할 때 한국이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확률은 70~80%에 이를 정도로 위험 수준이라고 저자들은 진단한다. 책은 안팎의 위기 요인과 세계 각국의 전략적 대응 행보를 밝힘으로써 타격을 최소화하고, 미래의 변화 속에 숨어 있는 기회 요인을 잡을 방안을 모색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넛크래커`에 빠진 한국의 모습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올해 조선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3대 지표인 수주량과 수주잔량, 건조량에서 한국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을 평가 절하하다 대만의 HTC보다 못한 점유율에 머무르고 있다. 전통 산업에서는 후발국의 추격에 직면하고, 전기차 ·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신성장 산업에서는 미국 · 일본 · 중국에 밀리는 신종 넛크래커 현상이 지금 우리 경제의 현주소라는 신랄한 지적이다.
특히 저출산 · 고령화의 비극은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다. 저자들이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오는 2018년부터는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또 이맘때면 인구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사회로, 오는 2026년에는 무려 20%로 늘어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가뜩이나 취약한 내수 시장에 깔린 엄청난 뇌관인 셈이다.
저자들은 그러나 현재 진행형인 경제 전쟁의 주 무대가 아시아라는 점이 우리에겐 기회이자 위협이라고 강조한다. 미래 10년 아시아 시장에서 패권을 쥐는 것이 곧 세계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잡는 것과 동격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먼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이라는 반면교사도 있다. 그들의 시행착오를 분석해 우리만의 새로운 미래전략을 세워 대처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시스템 혁신의 타이밍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저자들의 결론이다.
최윤식 · 배동철 지음. 지식노마드 펴냄. 1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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