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웹보드게임 사행성 해법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는 비교적 이성적이고 차분한 편이다. 콘텐츠 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제도의 폐해를 두고 국회의원들은 문화부를 질타했다. 특히 저작권 등의 분야에선 발전적 논의가 이어졌다.

다만 올해도 여전히 오해와 무지 때문에 수준 이하의 질의와 응답이 오간 분야가 있다. 바로 웹보드게임이다. 일부 국회의원은 문화부 국감에서 `웹보드게임의 등급을 내주지 말자`고 주장, 국감장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현행법에 따라 이뤄지는 게임 산업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만들자는 이 말은 한 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실언이다. 게임 그 자체는 죄가 없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사행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마땅하다.

문제 해결 방안을 찾지 않은 채 국민에게 강요하는 금지와 제한은 전형적인 비민주적 발상이다. 앞서 말한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억대 도박판이 이어지는 우리나라에선 화투와 카드 제조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서진 룸살롱 사건 이후 칼 제조 공장 역시 문을 닫아야 한다.

물론 웹보드게임 업체들의 책임이 크다. 2009년 이후 꾸준한 자율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 국민적 설득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보다 뼈를 깎는 자구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주무부처인 문화부 역시 더욱 효과적인 정책 마련이라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웹보드게임의 사행성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한다. 바로 `거래 금액 제한제`다. 한마디로 웹보드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따거나 잃는 금액의 상한선을 두자는 말이다.

웹보드게임으로 패가망신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한방만 터지면 그동안 잃은 손해를 만회한다`는 헛된 망상이다. 불법 게임머니 판매상은 이들의 욕심을 파고든다. 이들은 웹보드게임 내에서 돈을 잃어주는 방식, 이른바 `수혈`로 대량의 게임머니를 거래한다.

거래 금액 상한제도는 이 고리를 끊는다. 잃는 액수를 제한하면 불법 게임머니 판매상의 대규모 판매가 막힌다. 시나브로 웹보드게임에 중독된 이용자도 정신을 차릴 기회를 얻는다. 따는 금액의 제한도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금액 제한 기준은 계정이 아닌 주민등록번호가 효과적이다. 맘만 먹으면 주민등록번호도 위조가 가능하지만 계정 만들기보다는 어렵다. 제한 금액은 논의가 필요하다. 업계와 주무부처가 논의해 결정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 제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주민등록번호를 위조해 게임머니를 팔 업자에게는 사법부의 보다 강한 처벌이 아쉽다. 중독자를 웹보드게임 본연의 재미로 이끌 후속 대책도 필요하다. 폐인들에겐 재활에 필요한 의료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만들어진 게임문화재단의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노파심에서 하나만 확인하고 넘어가자. 사행성은 웹보드게임 자체의 원죄가 아니다. 파렴치한 게임머니상과 웹보드게임이 즐거움의 수단이 아닌 일확천금의 목적이 된 1% 미만인 폐인들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99%의 웹보드게임 이용자는 게임 자체를 즐긴다. 명절에 가족친지가 모여 벌이는 윷놀이나 고스톱과 다르지 않다. 제대로 실체도 모르면서 주홍글씨는 그만 좀 찍자.

장동준 게임인터넷팀장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