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교육이 IT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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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기 시매쓰교육출판 대표이사

1990년대 이후 교육과 IT의 만남의 과정은 그 즈음 공전의 히트를 했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라는 로맨틱 영화와 많이 닮았다. 서로 잘 어울릴 듯하면서도 좀처럼 연인 사이가 못 되고, 또 그러면서도 둘의 만남은 끊어지는 법이 없으니 말이다.

지금껏 IT는 교육을 잘 이용해 왔지만 교육은 IT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디스켓으로 작동하는 286AT의 급속한 보급 덕분에 컴퓨터 교육은 크게 활성화되고 그것만으로 우리 사회가 빠르게 정보화되는 데 공헌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때부터 초고속망으로 접속되는 고성능 펜티엄 PC로 진화한 지금까지 새 기종의 컴퓨터는 교육을 위해 학교와 가정에 부지런히 보급되었지만, 정작 교육 그 자체에는 그다지 변화를 주지 못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교육 행위인 수업에서 컴퓨터는 기껏 칠판을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또 집에서 숙제용으로 사용되면서 지식은 여기저기서 짜깁기되고 때로는 그것 자체도 부모의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러니 누가 IT의 발달에 힘입어 교육이 발전했다고 말할 것인가.

앞으로 교육은 태블릿 PC, 스마트폰, 전자책의 보급에 힘입어 혁신될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교육과 IT도 결국 `해리와 샐리`처럼 해피엔딩이 될 것이라 예감한다. 휴대성과 사용의 편리성, 기능, 가격 등이 강화된 이들 기기는 확실히 그 선배들과는 다르다. 무엇보다 이것들로 인하여 IT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고, 나아가 다른 분야의 기기와도 융합해 이제 모든 생활 속에서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

IT 기반 위에서 새로운 교육으로 진화하기 위해 21세기가 지향하는 교육은 학습자의 사고 능력을 강화하는 `사고력 교육`이어야 한다. 사고력 교육은 학습자 주도의 탐구 활동 학습이다. 오프라인에서 사고력교육의 구체적 경험과 성공들이 집적돼야, 온라인에서의 사고력 교육이 가능해진다. 교육적 노력이 없는 가운데 IT의 성급한 도입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의 변화가 우선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쌓여야 IT가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교육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사고력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훨씬 중요하다. 통제 속에서 강의를 하던 전통 교육과 달리 학생들의 주도적 활동을 보장하면서 진리 탐구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 역시 가르침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참여자로 같이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학생의 학습 동기 유발은 향후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나는 2000년 초기 IT를 활용한 교육 사업을 꿈꾸며 출발하였다가 교육의 본질이 더 우선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고력 교육을 제창하고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면에서 끊임없이 궁구해 왔다. 이제 우리 교육에 IT가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시점에 왔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 구체적 방법과 실행을 모색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교육 업계에서도 많은 비슷한 추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미묘한 지점에서 그 성패가 결정 나는 것이기에 업계는 신기술 도입을 위한 대담한 도전에 앞선 전제로 우선 사람을 고려한 구체적이고 미세한 교육적 실천의 경험을 충분히 축적해야 한다. 교육과 IT 융합의 길은 이제 피할 수 없고 또 그 성공의 열매는 아주 달 것이 분명하기에, 21세기에 교육을 하겠다면 누구든 망설임 없이 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충기 시매쓰교육출판 대표이사 leecho@cmath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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