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들이 징검다리 휴일을 포함해 9일이라는 꿀맛 같은 추석연휴를 만끽하던 지난 24일. 3일간의 법정휴일만을 쉰 아쉬움을 달래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과 공무원들은 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장시간이 할애된 안건은 `이동통신 3사의 차별적 보조금 지급 관련, 이용자 이익 저해행위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 긴 안건 명칭만큼이나 이통3사 진술 기회를 포함해 많은 논의가 오갔지만, 징검다리 연휴의 유혹을 뿌리치고 심의결과를 기다렸던 업계 관계자 입에서는 한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통 3사에 과징금 203억원.` 그리고 과징금 부과 이유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2009년 상반기 이용자들에게 부당하게 차별적인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이용자 이익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부과된 과징금은 단말기 보조금에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던 2006년 6월 696억원에 버금가는 큰 규모다.
2009년 상반기는 보조금 폐지 이후 정부의 보조금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시기이므로 과징금 부과는 가혹하다는 이통 3사 항변과 일부 상임위원의 `소급적용`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무시됐다.
단말기 보조금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약 5년간 한시적으로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을 적용, 이전까지 만연했던 단말기 보조금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당시는 이를 위반하는 범법자에게 죄를 묻는 과징금은 당연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이 한시법은 일몰됐고, `공정한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완전히 폐기됐다. 이 때문에 이후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시장과열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방통위는 올해 초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단말기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선포하고 나섰다. 형식은 사업자들이 스스로 출혈경쟁 자제를 선언토록 한 것으로,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그러나 가입자가 사업 기반인 통신사업 성격상 과열경쟁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번에는 일부 사업자가 제기한 차별적 보조금 지급 문제를 모든 사업자에 확대 적용해 `행정지도`를 명목으로, 이미 지나간 마케팅 행위를 소급적용하면서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무리수를 불사한 것이다.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면서 과징금을 부과한 방통위의 이 결정은,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밝힌 `모든 정책적 수단`의 범주에 포함되겠지만 어쩐지 시장에 왜곡된 메시지를 전달할 우려가 있다.
정부의 결정은 명확해야 한다. 기준 조차 없던 당시의 사안을 소급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위, 그리고 신규가입자와 기존가입자 등에 대한 차별적 보조금 문제를 심의하면서 포괄적으로 마케팅비를 얼마 이상 쓰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식의 인과관계가 부족한 메시지는 혼란을 수반하게 된다. 현재의 이통요금이 비싸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마케팅 경쟁으로 인해 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요금인하를 밀어붙이겠다는 식의 비약적인 논리는 피해야 한다. “차라리 과거처럼 단말기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하라”는 통신사업자 관계자의 목소리가 공허하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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