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영역 선택 축소로 미래 먹을거리 교육 배제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 탐구 영역을 축소해 국 · 영 · 수 편중을 심화하고 문 · 이과 간의 벽을 높이는 등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일선학교 및 과학기술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와의 소통 문제도 지적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총괄위원장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언어영역 · 수리영역(가 · 나형) · 외국어영역과 최대 4개 탐구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현행체제가 국 · 영 · 수 A형과 B형 및 최대 1~2개 탐구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이러한 개편안에 대해 대학가 및 교육계에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탐구영역 교사들과 관련 학자들은 “탐구영역을 대폭 축소해 미래 먹을거리인 과학과 컴퓨터 등의 과목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비판이다.

현행 탐구영역은 사회탐구 11과목, 물리탐구 8과목, 직업탐구 17과목에서 최대 4개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개편안에선 사회탐구 6과목, 과학탐구 4과목, 직업탐구 5과목으로 줄어들고 1~2개만 선택할 수 있다.

김승환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포스텍 교수)는 최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이공계 인력 양성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며 “창의성과 융합을 강조한 2009년 개정교육과정과의 철학과도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여학교에선 물리 · 화학 등의 기초과학 과목이 아예 편성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업탐구 영역에선 정보기술기초 · 컴퓨터일반 · 프로그래밍 등 IT 소양과목은 모두 제외돼 이 분야 인력 양성 공동화의 우려도 제기된다.

과실연도 성명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구태의연한 문 · 이과 구분을 강요하고 사회탐구 · 과학탐구 중 하나만 선택토록 한 개편안에 과기계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학제 간 융합이라는 트렌드와는 반대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심화시킨다는 우려다. 개편안에 따르면 A형은 현재 수능보다 출제 범위가 좁고 훨씬 쉬운 수준이고 B형은 현행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된다. 김 위원은 “문과형 학생은 국어 · 영어에 집중하고 이과형 학생은 수학 · 과학에 집중할 것이 예상된다”며 “인문학적 소양이 결핍된 이과생과 과학적 문맹 수준의 문과생을 양성하는 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수능 개편안 입안 과정에서 소통의 문제도 지적됐다. 정환규 국회 입법조사관은 “평가자 · 정책 공급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범 서울시 교육청 정책보좌관도 “대입선진화 연구회가 한 번만이라도 일선 학교 현장과 소통했다면 이러한 개편안은 제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능체제 개편 정부안을 오는 10월께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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