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게임중독도 간단한 자기 조절만으로도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셧다운제 등 차단 일변도로 청소년의 인터넷이나 게임 중독을 막으려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설득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황재원(39) 박사는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시간에 대한 자기조절과정 분석`이란 논문을 쓰면서 고등학생 75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 시간 조절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자신이 모든 의사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3월 27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프로그램에서 모든 참가자는 주 단위로 인터넷 사용 목표 시간을 스스로 정했다. 그 후 매일 사용 시간을 황박사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황 박사는 이 과정에서 매일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지 확인하고 학생 자신이 정한 목표 시간을 주지시켰을 뿐이다.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칭찬이나 꾸지람은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100% 자율 규제 실험이다.
그 결과 중도 탈락한 7명을 제외하고는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평균 사용시간이 주당 15시간30분에서 3분의 1 수준인 5시간24분으로 줄었다. 참가자 중 인터넷 금단증상으로 당장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이 16명에 달했지만 일반 학생과 마찬가지로 황 박사의 프로그램은 효과를 보였다. 고위험군 중 주당 80시간을 인터넷과 게임에 빠져 있던 학생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1시간30분 정도로 줄였다.
황 박사는 “중독 대상을 절제하라고 요구하면 중독자의 심리적 부담감을 늘려 오히려 중독 대상으로 도피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부모가 인터넷이나 게임 사용을 줄이라고 강제하기보다 스스로 절제하도록 유도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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