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MB정부 IT정책평가(1)

`IT종사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해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다.`

전자신문이 창간 28주년을 맞아 실시한 현 정부의 IT정책 평가에 대한 조사 결과는 IT정책에 대한 IT종사자들의 실망감을 뚜렷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간 현장에서 나왔던 자조적인 목소리가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IT정책 방향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IT융합 · 부품소재 · SW · 보안정책 만족도 줄줄이 급락=세부 정책 영역별 정책 기획(필요성, 여론수렴도), 정책 시행(일관성, 환경변화대응도), 정책 성과(효과성, 형평성)와 만족도를 중심으로 한 조사에서 종합 점수는 43.7점으로 지난해 48.2점에 비해 대폭 떨어졌다.

IT종사자들의 신시장으로 여겨지며 적극적인 시장 개척이 필요한 IT 융합정책은 지난해 종합점수 54.6점에서 45점으로 급전 직하했고, 부품소재 정책도 지난해 52.9점에서 44.8점으로 내려앉았다. 정보보안 정책도 2.9점 하락했으며 SW정책도 3.0점 하락했다.

지난해 `IT코리아 5대 전략` 발표로 한껏 기대감이 높았던 IT업계는 1년이 흐른 지금 냉정한 평가를 쏟아낸 것이다. IT융합 정책과 부품소재 정책은 지난해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정책시행과 성과 측면에서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보보안과 SW 정책도 더욱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발 빠른 산업변화에 정부 대응은 늑장=정책의 필요성과 여론수렴도로 파악해 본 정책 기획단계는 방송서비스 경쟁 강화 정책을 제외한 모든 정책들이 60점 이상이었다. 반면에 정책 시행과 정책성과,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30~40점대 점수를 보였다. 정책이 실제로 잘 시행되지도, 성과로 나타나지도 않았다는 판단이다.

IT 종사자들의 전반적인 평가 결과는 발 빠른 IT산업의 변화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올해 들어 이른바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로 대변되는 글로벌 IT기업들의 공세에 국내 IT산업의 위기감이 드리워진 가운데 방송통신 정책, SW 정책, 정보보안 정책 등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종편 등 방송 경쟁강화 정책에 냉담=방송통신 정책의 경우 신규 종편, 미디어 겸영 등을 담은 방송서비스 경쟁강화 정책의 필요성과 여론수렴도는 44.7점으로 유일하게 50점을 밑돌았다. 정책 만족도도 33.5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필요성에서 다른 정책이 60점 이상이었던 반면에 방송서비스 경쟁 강화 정책만 52.7점으로 나타나 방송 서비스 경쟁 강화 정책은 IT종사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내 인터넷 및 SW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IT종사자들의 기대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SW 생태계 재편과 SW 기업 체질 개선 정책의 만족도는 각각 36.1점, 36.3점으로 방송서비스 경쟁강화 정책 다음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IT 종사자들의 이 같은 평가는 MB 정부의 IT 관심도 점수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의 IT산업 관심도 39.4점에 불과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IT코리아 5대 미래 전략` 발표 등에 힘입어 52.6점으로 대폭 올랐지만 이번 조사 결과 46.4점으로 떨어졌다. 집권 초반보다는 이명박 정부가 IT 산업에 관심을 더 두고 있지만 2009년에 비해서는 관심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조광현 ETRC 리서치팀장 hyun@



*어떻게 조사했나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8월 23일부터 9월 3일까지 12일간 IT종사자(IT업계 종사자, 비IT업계 IT직무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IT정책 평가 대상은 방송통신, 인터넷, 정보보안, SW, IT융합산업, 부품소재산업, 전자정부, 정보문화, 콘텐츠산업으로 모두 9개며 9대 IT 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정책별로 대표적인 정책의 2~3개 세부 정책을 선정해 평가했다. 세부 정책은 IT정책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 말 작성한 2010년 업무보고를 참조해 선정했다.

이번 정책 평가는 9대 IT정책 가운데 응답자가 아는 정책만 평가하도록 진행했다. 각 세부 정책에 대해 평가할 수 있도록 세부 정책별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소개했다.

평가지표는 정책기획단계(정책의 필요성, 여론수렴도), 정책시행단계(정책의 일관성, 환경변화의 대응도), 정책성과단계(정책의 형평성, 정책의 효과성)와 정책의 만족도로 구성했다.

최종 평가점수는 지표평가(정책기획단계, 정책시행단계, 정책성과단계) 점수에 0.5를 가중한 것과 만족도 평가 점수에 0.5를 가중한 것을 합산해 산출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1000명으로 참여자의 특성을 보면 성별로는 남성이 94.5%로 압도적이었다.

연령대는 30대(43.7%)와 40대(33.5%)가 주를 이뤘으며, 50대 이상과 20대는 각각 15.7%, 7.1%였다.

지역별로는 서울(45.9%), 경기 인천(34.2%), 경상권(8.9%), 충청권(7.8%), 호남권(1.8%) 등의 순이었다. 해당 분야 경력으로는 10년 이상이 44.8%로 가장 많았고 8~10년 미만(22.8%), 5~8년(11.4%)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