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이 지난 6월 체결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체제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실리를 확보하려는 `경제 국공합작`이다. 무역과 투자 자유화는 물론이고 지재권 보호 등 광범위한 상호협력을 담은 ECFA는 차이완 시대의 서막이다. 이제 양측 간에는 정치적 대립만 남았을 뿐 다른 장애물은 거의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ECFA에서 가장 핵심은 조기수확프로그램(EHP:Early Harvest Program)이다. 양측이 시급하다고 인식한 품목과 업종을 우선 개방하자는 것이다. 상품무역에서 중국은 대만에 539개 품목을 개방했다. 이 가운데 기계 · 석유화학 · 방직 · 전자 · 자동차부품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과 겹친다. 대만 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대만 방직 업계의 중국 수입관세 절감액만도 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서비스 무역에서는 중국이 대만에 대해 회계, 컴퓨터 서비스, R&D, 컨벤션, 전문설계, 스크린쿼터, 병원, 민용 항공기 수리, 은행, 증권, 보험 등 11개 서비스 업종을 우선 개방하기로 했다. 대만 기업의 중국투자와 내수시장 진출이 전방위로 확산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과거 푸?성과 광동성 주강 삼각주에 머물던 대만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상하이 등 장강 삼각주로 진출 범위를 넓혔고 이제 환발해와 중서부, 멀리 신장자치구로 까지 뻗어가는 `서진북상`의 양상이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 등 대만에 비해 우월한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화상 기업과 중국 시장 공동 진출을 모색하고 대만의 경쟁사들과 제휴해서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다. 동아시아 대부분의 지역이 중국과 FTA 체제로 들어가고 있는 지금 한중 FTA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중국이 지금까지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 사례들을 꼼꼼히 분석해 중국의 속내를 간파하고 대중국 협상전략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한중 FTA의 산업별 득실, 쟁점과 대책 등에 관한 연구는 다수 시도됐지만 중국이 맺었던 FTA 사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 연구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둘째 상품 무역보다 서비스 무역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평균 수입관세율이 이미 9%대로 떨어져 있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근래 들어서는 수입대체 효과가 급상승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다면 유통 · 통신 · 운송 · 의료 · 교육 ·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 업종 가운데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엄선해 집중적인 양허요구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셋째 `잠규칙` 즉 숨은 규제와 장벽들을 찾아내야 한다. 중국은 겉으로는 개방됐지만 속으론 잠겨있는 `대외개방 대내폐쇄`형 시장이다. 업종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요인들을 찾아내고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중 FTA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급성장 추세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경제산업구조가 아닌 10년 후, 20년 후에 벌어질 구도를 미리 그려보고 우리의 협상전략을 짜야 한다.
함정오 KOTRA 베이징KBC 센터장 johham@kot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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