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컬럼]행복한 팔봉선생

“도전하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 원하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거야.”

연일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TV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 등장하는 팔봉선생은 방황하는 젊은 주인공들에게 제빵 기술을 가리키는 장인(匠人)이자 인생의 스승 역할을 한다. 때로는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매섭게, 때로는 달려가 와락 품에 안기고 싶을 정도로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어른이자 선배다.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나 기술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팔봉선생 같은 사람을 우리는 `멘토(mentor)`라 부른다. 그리고 멘토로부터 돌봄을 당하는 사람을 멘티(mentee)라고 한다. 영어에서 `스승`을 뜻하는 멘토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Mentor)에서 유래했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출정해 20년이 되도록 귀향하지 않는 동안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쳤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을 끝내고 다시 돌아 왔을 때, 아들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해 있었다. 그래서 멘토르라는 이름은 누군가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생의 스승이자 안내자의 의미로 사용된다.

멘토와 멘티의 관계는 기업이나 학교 등 조직 안에서 인위적으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스승과 제자, 어른과 아이 그리고 선배와 후배. 인간의 삶도 결국엔 시간의 흐름속에 서로 바통을 이어가며 주인공이 교체되는 역사의 순환이다. 그래서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이나 TV드라마 속 주인공 옆에는 언제나 인생의 길을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가 존재한다. 이것이 자연스런 인간 생태계의 모습이다.

인생뿐 아니라 기업과 비즈니스에도 생태계가 있다. 기업 역시 창업으로 출발해 위기를 넘어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기업가들 대부분이 어렵게 창업을 결정하지만 성장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수많은 시련과 위기를 겪게 된다. 그래서 초보 기업에게 선배 기업이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 된다. 후배와 선배 기업이 멘토링을 통해 동반성장을 일궈가는 모습이 바로 선순환 시장 생태계다. 실패 확률이 높은 벤처기업에겐 더욱 이런 생태계가 필요하다. 최근 벤처기업협회가 `한국 벤처생태계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방법`이라는 절박감으로 초보기업과 선도기업이 직접 만나는 `벤처7일 장터`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의 실력과 인격을 갖춘 TV드라마속 팔봉선생이 아니라도 먼저 길을 가본 선배의 한마디는 후배에게 그 자체로 감동이다. 어른이 아이를 보살피고 먼저 길을 개척한 선배가 뒤 따라오는 후배의 실수를 줄여 주는 노력은 공헌 차원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의무다. 만약, 지금 주변에 나를 관심 있게 살펴주는 `멘토`가 없다면 조금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앞서가는 사람임에도, 따뜻하게 가르치고 소중하게 보듬어줄 `멘티` 하나 없다면, 그는 정말 불행한 사람이다. TV드라마속 팔봉선생은 죽어서도 행복한 사람이다.

주상돈 경제과학담당 부국장 sdj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