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삼성빠, LG빠

“자신을 위해 뛴다는 선수들의 말에 난 울컥 화가 치민다. 경기의 자금줄은 팬이다. 바로 그들이 부와 영광을 준다. 선수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영화 `더 팬`에서 광적인 야구팬 길 리나드(로버트 드니로)의 독백이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 선수의 라이벌까지 살해한다. 심지어 우상의 아들도 유괴한다. 광팬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IT계 열혈 광팬 톱5를 소개했다. 광팬 1위는 애플에 열광하는 이른바 `애플빠`가 차지했다. 이들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아이(i)`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애플 제품을 영웅처럼 받든다. 애플 반대파를 만나면 “애플 써 봤어? 안 써봤으면 말하지 마”라는 식으로 막무가내다.

2위와 3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안티팬이 올랐다. MS와 구글을 지지하는 팬들도 적지 않지만 안티팬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안티 MS 광팬은 MS의 불안한 운용체계(OS) 프로그램에 치를 떤다. 안티 구글팬도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좌우명과 반대로 `스트리트 뷰`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구글을 맹비난한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들어 IT팬 문화가 상륙했다. 지난 달 KT의 `아이폰4 예약 판매`가 대표적이다. 5일만에 20만명의 애플 광팬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한편에서는 말썽 많은 `윈도비스타`와 `액티브X` 등에 반대하는 안티 MS팬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연예나 스포츠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팬 문화가 IT산업계에도 번진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감성 소비시대가 만연해진 측면도 있지만, 이젠 IT기기가 일상생활에 없어선 안 될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기 때문이 아닐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열혈팬이든 안티팬이든 한국 업체엔 광팬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안티팬도 관심이 있어야 생겨난다. 이도 저도 없다면 소비자들의 관심 밖이라는 얘기다.

다시 영화 `더 팬`의 대사를 되새겨보자. “경기의 자금줄은 팬이다. 바로 그들이 부와 영광을 준다.”

신제품 때문에 밤새 줄을 서는 `삼성빠` `LG빠`는 언제쯤 등장할까.

장지영 컨버전스팀장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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