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2차전지 경쟁력 강화 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칠 처지에 놓였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타당성 검토에 들어가면서 당초 정부가 지원하려던 투자금액이 대거 삭감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일본 · 독일 · 미국 등 각국 정부가 2차전지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것과 대비돼 차세대 성장동력인 2차전지 산업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작년 말부터 2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지난 7월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대통령 보고까지 마쳤다. 당초 정부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소형 전지는 시장에 맡기되 중대형 전지 제조와 소재산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목표였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향후 9년간 정부 예산 2941억원을 투자, 인력양성, 기초 R&D, 장비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예산 타당성 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업 중복성 · 정부 예산 축소 방침 등으로 대폭적인 삭감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2차전지 지원 사업이 월드프리미엄소재(WPM) 개발과 맞물려 중복 가능성이 있는 데다, 내년도 정부 예산 축소가 공론화된 상황이어서 2차전지 관련 예산 삭감은 어쩔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도 정부 예산 축소를 포함, 2차전지 정부 지원 사업이 이미 반토막이 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초 지원 예산 2941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교과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신소재와 리튬을 제외한 혁신전지 개발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산 확보가 전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941억원 가운데도 700여억원은 민간 매칭을 통해 조성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 예산 1200억원도 기획재정부의 예산 삭감 칼날에 자유롭지 않아 정작 정부가 9년간 투자하는 자금은 목표 예산에 크게 미치지 못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반면 해외 경쟁국은 앞다퉈 2차전지 관련 예산을 대폭 인상할 움직임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LG화학의 전지공장에 참석하는 등 가장 적극적이다. 미국은 에너지부(DOE)를 중심으로 올해 전기차용 2차전지 R&D에만 7500만달러(한화 900억원)을 투자하고 이와 별도로 ARPA-E 프로그램으로 최장 3년간 96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기초 R&D에 올해 예산 3300만달러(400억원), 내년도 예산 1억달러(1200억원)를 별도 배정했다.
일본도 일본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를 중심으로 2015년까지 단계별로 107억엔(1200억원)을 2차전지 연구개발에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도 적은 정부 지원인 데다 ,예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당초 목표치와 실 지원액이 크게 달라져 생색내기였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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