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러니하지만, 찜통더위 속에 뜨거운 햇볕까지 내리 쪼이는 날씨라면 아무리 오픈카라도 여느 차들과 마찬가지로 지붕을 닫고 에어컨을 작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유난히 길고 무덥게 느껴졌던 이번 여름을 전후해 수입 오픈카들의 출시가 줄을 이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물론 오픈카라고 해도 4계절을 나는데 별다른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신모델들은 오픈카에 특화된 사양들로 사시사철 그에 맞는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는데, 벤츠에서 내놓은 E 350 카브리올레가 대표적이다.
겨울철에 지붕을 열고 차가운 바람을 햇빛과 난방장치로 달래며 달리는 것은 오픈카의 색다른 낭만 중 하나. E 350 카브리올레에는 바로 그러한 주행을 보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에어스카프`가 달려 있다. 난방장치의 따뜻한 바람을 시트의 머리받침 아래에 배치된 송풍구를 통해 내보내주는 장치다. 그 이름처럼 마치 스카프를 두른 듯 탑승자의 목 부근을 따뜻하게 보호해준다. 키에 맞게 바람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고 바람의 세기는 주행 속도에 따라 자동 조절된다. 다만 아직 찬바람은 불어주지 못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무용지물이다. 그래도 등받이와 방석에서 냉풍을 뿜어주니 고마운 일이다.
E 350 카브리올레에 세계최초로 적용된 `에어캡`은 지붕을 열고 달릴 때의 난기류를 혁신적으로 줄이고 차량 실내의 보온성을 높인 첨단 장비다. 에어캡은 앞 유리 상단의 윈드 `디플렉터`와 뒷좌석 머리 받침 사이의 `드라우트-스탑(draught-stop)` 두 가지로 구성된다. 지붕 개폐 스위치 부근에 있는 에어캡 버튼을 누르면 윈드 디플렉터와 드라우트-스탑이 솟아올라 오픈 주행 시 강풍을 막아주고 따뜻한 공기를 유지시켜준다. 겉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고속 주행 시에도 외부 소음을 감소시켜주니 오픈 주행 중에도 앞뒤 좌석 승객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뒷좌석은 겉보기보다 좁지 않고 지붕을 씌웠을 때도 비교적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다. 앞좌석 등받이를 숙이면 시트 전체가 자동으로 앞으로 이동해 편리하다. 앞좌석에 타고 도어를 닫았을 때 어깨부근의 안전벨트 지지대가 자동으로 전진해 잡기 편하게 해주는 것도 기특하다.
전동식인 지붕은 변속기 뒤편의 레버를 이용해 20초 만에 열거나 닫을 수 있고 주행 중에도 40㎞/h까지는 작동이 가능하다. 전통적인 소프트 톱을 이용했지만 닫았을 때의 밀폐성이 워낙 뛰어나 하드 톱 오픈카는 물론 쿠페조차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드톱 오픈카와 달리 지붕을 접어 넣었을 때도 트렁크 공간은 그대로 유지된다.
기존 차량의 지붕 부분을 생략한 오픈카는 차체 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강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는데, 이것이 완전치 못하면 심한 코너링을 하거나 요철을 통과할 때 삐걱거리는 잡소리가 나기 십상이다. E 350 카브리올레는 이런 부분에서도 흠잡을 것 없이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묵직한 하체는 속도에 관계없이 안정감이 높고 272마력의 3.5리터 V6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된 구동계는 이름에 걸맞게 여유롭고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뽐낸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는 6.8초가 걸린다.
한동안 CLK라는 이름을 썼던 이 모델은 이번에 E클래스 카브리올레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실내나 사양은 E클래스 세단의 고급형에 필적하고 외관 디자인은 훨씬 날렵하고 육감적이다. 섹시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은 몇 안 되는 벤츠 중 하나라면 과언일까? 옆 기둥이 없는 카브리올레 모델이지만 측면 충돌 시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헤드백을 장착하는 등 안전에도 타협은 없다. 가격은 8790만원이다.
*자세한 시승기와 사진은 www.rpm9.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사진/RPM9팀
민병권기자 bkmin@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