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업인으로 새 도전 나선 오명 전 부총리

만 70세. 고위 공무원으로, 학자로 숨돌릴 틈 없이 달려온 일흔 해, 이제 차분한 휴식을 가질만도 한데 또 다른 도전이다. 이번의 선택은 기업이자 그린 분야다.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이 1일 웅진 태양광에너지 회장으로 선임됐다. 오 회장은 오는 6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 정보통신 · IT 혁명을 진두지휘했던 그가 이번에는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개발을 통한 국가 녹색혁명의 선도자로 나선 셈이다.

오 회장은 “애초부터 정치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건국대 총장 퇴임 후 기업 외에는 다른 길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고, 이공계 출신으로서 후학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많은 기업에서 영입 제의가 있었지만 웅진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긴 공직생활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기업에 가서는 안되겠다는 게 가장 먼저 고려했던 부분”이라며 “웅진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일가친척이 경영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대표적인 클린기업인데다 윤석금 회장이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의중을 전해 듣고 함께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과 같은 리스크가 큰 사업일수록 웅진처럼 도전하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힘을 보탰다.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을 위한 구상도 벌써 짜여져 있다. 오 회장은 “건국대 총장을 지내면서 미래를 보고 만들어놓은 건국대-독일 프라운호퍼 태양전지연구소와 웅진연구소 개발 역량을 연계해 태양전지 실용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개발에는 모교이기도한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대학원의 한국분원인 시윗코리아(CEWIT Korea)도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확보된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의 세계 시장 보급은 오 회장 필생의 역작인 IT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오 회장은 “4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남미 콜럼비아나 파라과이에 대한 IT자문 역할이 무르익어 콜럼비아는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IT 마스터플랜이 나올 계획이고 파라과이도 현재 마스터플랜을 짜기 위한 팀이 움직이고 있다”며 “이들의 국가적인 IT사업이 추진되면 웅진은 물론 우리나라 IT기업들의 글로벌화에도 커다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르완다나 캄보디아에도 IT 관련 국가 프로젝트를 자문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우수한 IT · 녹색기술을 전파할 수 있는 통로가 더 크게 열릴 전망이다. 오는 10월 1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전 세계 화상(중국자본) 대표자 모임인 제5차 세계화상한국논단에 대한 기대도 크다. 명예조직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 기업가들에게 우리나라의 IT와 녹색기술을 대대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오 회장은 끝으로 “공무원이나 대학총장은 임기가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며 “하지만 이제부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돼 그 어느 때 보다 기대가 크다”고 기업인으로 첫 소감을 대신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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