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조맹섭 ETRI 전문위원 “PT정석 모르면 백전백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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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들의 발표자료인 슬라이드 내용은 예술의 경지에 올라 있지만 정작 중요한 오럴 프레젠테이션은 0점에 가깝습니다. 기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덕 과학자가 안내하는 파워 오럴 프레젠테이션`을 펴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조맹섭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문위원은 30일 “며칠 밤을 세워 슬라이드만 잘 만들면 뭐 하냐”며 “과기인들 대부분이 발표의 기본부터 갖춰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오럴 프레젠테이션을 잘하기 위해서는 발표자의 위치 선정과 시선 처리, 제스처 등 심리학적 또는 인체공학적인 측면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자연스레 상대방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데 이점을 대부분 간과합니다.”

조 전문위원은 단적인 예로 가수와 정치인들이 마이크를 올바로 쥐고 있는 예를 들어 역으로 설명했다. 오른손잡이인 마이클 잭슨이나 톰 존슨, 그리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은 모두 왼손에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하거나 연설을 한다는 것.

조 전문위원은 “마이크를 오른손이나 왼손에 쥐는 건 백지 한 장 차이일지는 몰라도 마이크 든 손이 부자연스러울 경우 몸동작이 산만해지고, 결국 포커싱이 흐려져 발표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더 취약한 것이 시선처리라고 조 전문위원은 지적했다.

조 전문위원은 “연구단지 사람들은 대가 약해서인지 평가자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며 “10명중 7~8명은 스크린만 보고 발표하는데, 이는 눈으로도 교류를 한다는 점을 잘 모르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발표를 잘못해 과제 수주에서 떨어진 사례를 봤다는 조 전문위원은 “과제 제안시 새로운 분야는 상식선에서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알기 쉽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전문용어를 일상용어처럼 쓰고 있는 연구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 시스템공학연구소 기술정책연구실장을 맡고 있을 때 정부 공무원으로부터 과제 예산에 대한 설득 요청이 있었습니다. 거의 15년 전 일이죠. 그때 과학기술인들이 뭐가 부족한지를 깨닫고 책 쓰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 이제야 출간하게 됐습니다.”

저서의 주 자료는 공동저자로 돼 있는 조 전문위원의 여식 조윤지 박사(영국 리즈대)의 도움을 받았다. 조 박사는 밤새 영국 도서관을 뒤져 국내 자료에는 없는 마이크 잡는 법이나 시선처리, 발표자세 등에 관해 일일이 스캐닝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료 수집에 나서 아버지인 조 전문위원을 지원했다.

조 전문위원은 현재 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UST)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다음 학기부터 프레젠테이션 과목을 정규로 신설, 강의에 나설 계획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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