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은 우리나라가 일본과 강제로 한일병합 조약을 맺은 지 꼭 100년째 되는 날이었다. 근대화의 흐름에서 소외돼 국권을 뺏기고 36년간 치욕적인 아픔을 겼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아픈 역사를 견뎌 광복을 맞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 그리고 6 · 25 전쟁의 폐허까지 딛고 일어섰다. 서양 열강들이 수백년이 걸렸던 산업화와 근대화, 민주화를 단 50년 만에 이뤄냈다. 이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해 올 가을에는 G20정상회의를 주최하는 의장국이 됐다.
지난 50년간 과학입국의 기치 아래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산업을 일으킨 것이 경제성장의 기반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는 새로운 5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생각해야 할 때다. 국가적 시스템의 선진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시민의식 함양,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재양성이 우리의 미래가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가 산업재편의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 때에 과학기술을 새로운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 것인지를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는 과학기술 기본계획인 `577전략`과 녹색성장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경제위기 속에서도 어느 정부보다 많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해 왔다. 반면에 출범 당시 과학기술부를 교과부로 통폐합하면서 발생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부재`는 이후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부상해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필자가 속해 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상임위에서도 국민적 관심사로 현안이 수시로 발생하는 교육문제에 밀려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과학기술의 중요 어젠다는 논의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11월 기재부, 교과부, 지경부 등 3개 부처 차관들의 합의 아래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를 만들고 국가 R&D 거버넌스 및 출연(연) 발전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간위는 이후 각 연구 현장을 방문하고 연구원들을 면담하며 전문가 좌담회를 거쳐 만든 발전안 보고서를 지난 6월 내놨다.
우리는 지금 향후 100년을 바라보고 국가 R&D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민간위에서 제안한대로 자문 기능에 머물렀던 비상임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행정위원회 체제로 신설해 국가 R&D예산의 조정, 배분에 관한 심의, 의결권과 평가권을 갖게 하고, 개별연구소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한층 강화한 출연연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는 것이 그 기본방향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선진화된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위한 논의의 중심에 과학기술자가 있어야 하고 과학기술 행정을 이제는 과학기술 전문가가 직접할 수 있는 유연하고 통합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과부, 기재부, 지경부, 행안부 등 관련 정부 부처는 각 부처의 이기주의를 지양해야 한다. 또 R&D를 소유와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연구자들이 스스로 자율과 책임 아래 치열하게 경쟁하고 국부의 원천인 과학기술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정부와 국회, 과학기술인은 의견을 한 데 모아 지난 100년간 시련과 절망에도 놀라운 역량을 발휘해온 우리 대한민국이 창조적 과학기술 혁신과 창의적 인재를 주춧돌로 삼아 마침내 세계사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youngah.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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