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127)USA투데이의 구조개혁

미국 제2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USA투데이가 ‘디지털 뉴스페이퍼’로의 대변신을 선언했다. 데이비드 헝크 USA투데이 발행인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USA투데이는 신문기업에서 멀티미디어 플랫폼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인쇄신문의 비중을 줄이고 웹,스마트폰,태블릿 등 디지털 및 모바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USA투데이는 멀티미디어 플랫폼 미디어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전체 1500명의 직원 가운데 9%에 해당하는 13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편집부문과 비즈니스 부문의 협업을 강조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개혁을 단행하기로 했다.

우선 뉴스,스포츠, 머니,라이프 등 섹션별 책임 에디터 체제를 없애는 대신 뉴스룸 조직을 연말까지 `콘텐트 링(Ring)`으로 이뤄진 콘텐츠 그룹으로 재편한다. 섹션별 책임 에디터제가 뉴스룸 조직 내부의 통합과 협업 보다는 ‘분리’를 조장했다는 판단하에 보다 유연한 조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로 콘텐트 그룹을 이끌 수산 와이스(전 라이프 섹션 책임 에디터)는 비즈니스 개발 담당 부사장인 루드 데이비스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루드 데이비스 부사장은 USA투데이의 모기업 `가네트`가 지난 2007년 인수한 스포츠 웹사이트인

‘BNQT.com’의 창업자로, 향후 USA투데이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브랜드 라이센싱,인수 및 합병,신규 사업 개척 등)을 책임지게 된다. USA투데이는 이번 구조개혁을 통해 미국 언론의 금과옥조 처럼 인식되던 편집부문과 사업부문의 `방화벽(Firewall)`을 상당 부분 허물겠다는 의지다.

데이비드 헝크 발행인이 `탐사 저널리즘`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 부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저널리즘 전문가들은 미국 저널리즘이 표방하고 있는 ‘편집과 사업’의 분리 원칙이 ‘신화’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만큼 미국 저널리즘이 처한 위기가 간단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USA투데이 역시 이 같은 미국 저널리즘 전반의 위기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USA투데이의 구조개혁은 발행부수 급감과 신문 독자들의 이탈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지난 2007년까지 미국 제1의 발행부수를 자랑했던 UAS투데이는 루퍼트 머독 계열의 월스트리트 저널에 1위 자리를 넘겨주었다. 2007년 230만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던 USA투데이의 현재 발행부수는 183만부까지 떨어졌다.

1위 매체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재 209만부를 발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저널은 USA투데이를 뛰어 넘는 과정에서 가판대,스타벅스 매장,호텔 등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특히 전통적으로 USA투데이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텔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호텔 시장 점유율은 올 3월 현재 15%(4만부)까지 높아진데 반해 USA투데이는 지난 2007년 80만부에서 지금은 40만부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USA투데이의 광고 수주 실적도 급감 추세다. 지난 2006년 분기당 1098면의 광고 페이지를 판매했으나 올들어선 분기당 580면의 광고 페이지를 판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온라인 및 모바일 `퍼스트` 전략으로 타개해 보겠다는 의도다.

AP통신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USA투데이는 앞으로 인쇄 매체에 대한 집중도를 낮추는 대신 웹,모바일,아이패드 등 각종 디지털 포맷의 기기에 적합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USA투데이 편집인 존 힐키르크는 “우리는 독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며 “독자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모바일 기기에 열광한다면 우리는 독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갖고 그 곳에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연 USA투데이의 멀티 미디어 플랫폼을 위한 미디어 구조개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미디어 업체들의 혁신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USA투데이의 혁신 노력이 빛을 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들이다. `내셔널 디지털 뉴스페이퍼‘를 표방하고 있는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미 6만 4000명에 달하는 아이패드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컨설팅업체인 `베링턴 리서치`의 분석가인 제임스 C.고스는 “멀티미디어 조직으로 변화하는 것은 개념상으로는 매우 쉽지만 실행 단계에선 매우 복잡하다”며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재에 안주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28년 전통의 USA투데이의 저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USA투데이는 미국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대대적인 컬러 지면을 도입했고,일기예보에 지도를 접목했다. 미국 최초의 전국적인 신문 매체였고,발행부수도 오랫동안 1위였다. 결코 만만치 않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USA투데이가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미디어 및 IT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장길수 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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