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총리` 탄생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지명 21일만인 29일 자진사퇴라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8.8 개각`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었던 김 후보자는 이변이 없는 한 대한민국 헌정 사상 다섯번째 `40대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여 주목을 받았다.
1971년 김종필 전 총리가 45살의 나이로 11대 총리에 오른 지 39년만에 40대 총리 탄생을 눈앞에 두고 `40대 기수론`에도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김 후보자는 `박연차 게이트` 연루설 외에 총리 인준이 어려울 정도로 큰 결점이 없어 비교적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도지사 생활을 하며 어느 정도 검증이 된데다 청와대가 오랜 기간 인사 검증을 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심사숙고 끝에 결단한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하나씩 제기된 의혹들이 결국 여권의 차세대 리더로 손꼽히던 김 후보자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미 예고됐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외에 `스폰서` 의혹, 선거비용 10억원 대출, 부인의 뇌물수수, 불투명한 금전 거래와 재산관리 문제 등을 고리로 전방위 공세를 벌였다.
청문회 과정에서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자 김 후보자를 엄호했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착오가 너무 많다", "돈 관리 개념이 없다", "정직하지 못하다" 등의 질타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과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김 후보자의 교체는 불가하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결정타`가 터졌다.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말을 바꾸면서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청문회 답변보다 이른 2006년 2월에 박 전 사장과 같이 찍은 사진이 지난 27일 공개된 것.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고 여당 내에서도 `김태호 불가론`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는 당초 27일 소집할 예정이었으나 여야간 이견 등을 감안, 9월 1일로 연기됐다.
결국 김 후보자는 고민 끝에 29일 오전 광화문 사무실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며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그는 회견에 앞서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는 회견에서 "저의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는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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