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업체들이 베이스필름, 패라이트 등 수동부품 소재 공급부족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관련 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올해 들어 세트산업의 호조로 콘덴서 · 트랜스포머 · 파워인덕터 등 수동부품 공급부족이 지속되고 있으며, 후방산업인 소재 부문에도 파급이 미치고 있다. 그러나 소재업체들은 수동부품 라인에 대한 투자보다는 2차전지, 태양광 등 신성장산업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어 수동부품 소재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급부족 때문에 수동부품용 소재가격이 올해 초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가격이 급등했지만 부품업체들은 고객사에 대한 납기를 맞추기 위해 원 · 부자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일부 부품업체들은 소재업체에 3~4개월 선주문을 하는 방법으로 물량 확보 전략을 펼쳤지만, 지금은 소재 가격 변동 주기가 더욱 짧아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심지어 비싼 일본산 소재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콘덴서 업체 관계자는 “일본 소재는 비싸기 때문에 그동안 구매를 검토한 적이 없었지만, 세트업체들이 부품 판가만 현실적으로 적용해준다면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당장은 소재 공급이 달리면서 대형 고객사 위주로 물량을 배분해 생산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동부품 업체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물량만 확보할 수 있으면 구매하겠다고 달려들고 있지만, 정작 소재업체들은 생산라인 투자에 큰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베이스필름 등 소재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라인 하나만 증설해도 수 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수동부품 소재는 설비투자를 단행해도 투자금액을 회수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른 제품 라인을 전환하면 생산량을 늘리는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지만, 이 또한 상당액의 비용이 들고 다른 작업 일정이 흐트러져 소재업체들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다.
소재가 부품보다 생산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즉 올해는 수동부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설비투자가 완료되는 시점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상황이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소재업체들은 무엇보다 수동부품 소재보다는 2차전지, 디스플레이, 태양광 등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이다.
소재업체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소재업체 입장에서 2차전지 · 태양광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수동부품 소재도 조금씩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지만, 투자 중요도에서 우선순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상황이 급반전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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