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열어 가고 있는 진화한 스마트 모바일 세상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300만에 이른다는 한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새롭게 열린 모바일 인터넷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인터넷에서 누릴 수 있었던 많은 것을 모바일로 구현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똑같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볼만한 영화와 드라마, TV콘텐츠 등은 아직도 어디서 편하게 즐길지 막막하다.
대개 고객은 콘텐츠를 라이브러리 형태로 모아 놓고 골라보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 대개 콘텐츠 하나 하나마다(또는 각 채널별로) 복잡한 권리구조를 갖고 있어 이해 당사자간의 권리 조정이 쉽지 않다. 또한 콘텐츠 소유자가 모바일 판권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지나치게 비싼 권리 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속사정으로 콘텐츠 접근이 쉽지 않다. 이처럼 어려운 협상을 수 많은 콘텐츠 권리자들과 일일이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모든 여건을 딛고 고객을 위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열어 놓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재미있는 드라마와 영화들`의 모바일 소비 경로는 주로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다. 이들 사이트는 보고 싶었던 콘텐츠를 많이 모아 놓은 데다, 가격까지 `착하기`(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으므로) 때문에 고객들은 불법 사이트들을 선호하고, 한술 더 떠서 경쟁적으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불법으로 공유하기까지 한다. 정작 창작의 댓가를 돌려받아야 하는 콘텐츠 소유자는 댓가를 돌려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문화산업의 성장 기반은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불법 다운로드 시장은 1990년대 초 인터넷 열풍이 불어닥치던 때부터 시작됐다. 인터넷 붐을 타고 콘텐츠 수요가 폭증하던 당시에도 저작권 협상이 매우 큰 난제였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는 사이 저작권 해결과정을 건너 뛴 불법사이트가 고객의 목마른 수요를 빠르게 대체한 것이다. 이제 스마트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 우물쭈물하다가는 인터넷에 이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모바일 생태계에서 조차 문화 콘텐츠 산업이 설 자리를 잃을지 모른다.
고객에게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말라는 캠페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불법사이트보다 더 편리한 합법적인 콘텐츠 소비 경로를 열어주고, 불법사이트보다 더 합리적인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가치`는 저렴한 이용료를 포함하여 편리하고 합리적인 고객 사용 환경을 모두 포함한다. 쉽고 빠르고, 합리적이며, 게다가 합법적이기까지 한 방법을 고객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로써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모바일 세상에 `문화 콘텐츠 시장`이 바로 세워질 것이고,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사용을 자연스럽게 촉진함으로써 모바일 시장과 문화 콘텐츠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모바일은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이 맞딱뜨린 관문 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 관문을 잘 넘어야만 앞으로 도래할 융합콘텐츠 환경에서도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 기반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아이폰이 새로운 모바일 세상의 닫혀 있던 문을 부숴 주었다면, 이제 그 세상에서 고객과 기업이 모두 풍요롭고 편리한 가치를 누릴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박경화 CJ헬로비전 마케팅기획팀 부장 popmuse@cj.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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