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광화문 녹색성장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양수길 녹색위원장의 첫마디는 `신난다`였다. 그는 “녹색위원장으로 일하는 것은 큰 영광이고 기쁜 일”이라며 “1970년대 말 한국개발연구원에서부터 정책을 개발해 온 정책학자 입장에서, 녹색성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영광이고, 그 간의 경력을 활용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녹색성장의 파수꾼이 된 것 같아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신나고 재미있다며, 요즘 토론하면서 일하는 것이 녹색성장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본디 학자로서의 의욕을 다시 불태우는 양 위원장. 녹색성장에 활력소를 불어 넣어 성과창출에 매진하겠다는 그에게서 2기 녹색위의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지난 2년간 녹색생활, 녹색경영이 우리 귀에 익게 됐다. 국민들에게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실천하기 위한 의식의 틀이 마련됐다고 본다. 2기 녹색위에서는 지금까지 다져진 제도와 의식의 틀을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는 일을 해야 하는 단계다.”
양 위원장은 무엇보다 2기 녹색위의 방향은 `실천`이라고 압축했다.
“시장을 통해 녹색경제가 보이기 시작해야 하며, 시장에서 녹색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렇게 하려면 규제와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고 녹색위에서 규제와 지원을 실효성 있게 집행해 나가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화되는 시장의 녹색투자가 조기 활성화되도록 전략적 지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녹색경제와 녹색생활 확산을 위한 국민 · 산업계 · 시민단체 등 각계 각층과의 협력, 그리고 우리의 경험과 성과를 토대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 강화 등에 역점을 둬 활동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 실천방안으로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행 방안 마련 △10대 핵심 녹색기술의 성장동력화 및 우수 녹색기술 창업 촉진 등의 `7대 실천 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특히 “녹색성장정책이 우리나라의 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치유하고, 중소기업에 기회를 가져다주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기업생태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녹색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소기업간의 상생협력 부재는 이미 수십년간 얘기됐던 것이다. 중소기업은 그동안 취약하고, 힘들고, 불쌍한 분야로 저평가돼왔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과거 50년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이 선도한 것으로 보여도 사실 대기업은 수많은 중소기업을 발판으로 삼아 성장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기술과 부품, 소재 등을 가져다 제품으로 조립하는 등 그들의 희생과 기여가 없었다면 지금의 결실이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들어 산업 정책적 양극화와 글로벌화에 따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단절, 국내에서는 대기업만 성장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기업들이 값싼 외국 회사의 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다보니 정작 우리 경제의 9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의 일거리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은 잘나가고 중소기업은 일이 없고, 고속성장의 결실이 중소기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분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양 위원장의 설명이다.
양 위원장은 “녹색혁신의 주체는 중소 · 벤처기업”이라며 “녹색 부문의 중소기업을 한국 경제 혁신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녹색 중소기업 창업 · 성장 방안`을 만들었다. 대학과 연구기관을 녹색창업의 거점으로 활용, 녹색벤처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조성하고 녹색분야 전용 정책자금 및 보증규모를 확대해 신규인력 양성 및 기존 재직자 재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형 R&D 및 사업화를 집중 지원하고 녹색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도 지원한다. 아울러 녹색경영 컨설팅, 그린팩토리 촉진 사업 지원 등을 통해 국제환경 규제 대응력을 높이고, 자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분위기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 위원장은 “정부가 아무리 녹색중소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해도 스스로 준비하지 않는 기업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자신들은 녹색경영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우리나라 중소IT업체에까지 유럽에서 탄소배출정보를 요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직접 수출을 하든지 대기업에 납품을 하든지 중소기업도 탄소배출관리를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녹색경영을 해야 한다는 단적인 예다.
양 위원장은 “녹색경영과 더불어 중소기업이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적으로 녹색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거기에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부터 이를 준비해야 하는데, 당장 국제무대에 나가려면 실적이 필요한데 내수시장도 없고 여러 가지 불확실성은 많아 투자 장기화 등 어려운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모든 일에 일확천금은 없듯이, 단단히 각오를 하고 녹색분야에 들어와야 하며,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획기적인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한마디로 녹색산업육성은 산관 협력 프로젝트라고 보면 된다”며 “열심히 뛰는 기업을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프로세스로 녹색산업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기업가정신`도 강조했다.
“최근 조찬포럼에서 한 중소기업 사장이 한 말 중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감옥 갈 각오를 가졌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작든 크든 기업을 한다는 것은 여기에 모든 것을 던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기업가정신을 다시 한 번 떠 올리게 됐다”며 녹색벤처들도 이 같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양 위원장은 덧붙였다.
그는 또 “중소기업들은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대한민국이 핵심기술을 얻는 데 기여하는 것이 벤처기업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녹색산업의 높은 투자 불확실성, 장기 회수기간 등 산업특성상 녹색부문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금융정책이 중요하다”며 녹색금융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는 “녹색금융을 아직 수행해 본 경험이 미천하고 벌써 문제점이 생겨 고객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수정하고 있다”며 “일단은 정책금융공사가 1조5000억원을 출자하고 추가로 민간자금을 유치해 `신성장동력산업 육성펀드`를 만들어, 녹색금융 전문기관으로 활동하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중심으로 2500억원 규모의 녹색펀드를 운용할 예정이며, 이런 식으로 계속 녹색금융 활동을 전개하다보면 전문 인력도 생겨나고 전문기관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양 위원장은 “녹색인증제를 계속 개선하면서 활용할 것”이라며 “제품의 시장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달시장 및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그린 홈 100만호 등 큰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수요가 늘어나 녹색금융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녹색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서 정부는 정책자금과 보증지원 확대, 펀드조성을 통한 투자자금 확충, 녹색인증제, 세제지원 등 기타 인프라 구축을 시행 중에 있다.
끝으로, 양 위원장은 녹색위와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의 협력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GGGI는 녹색성장 기획 기법을 글로벌화해 개도국에 전파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콘텐츠는 녹색위에서 국내 정책을 수립한 것을 토대로 공급할 것”이라고 양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GGGI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후변화 협상이 교착되고 있는 선진국과 개도국과의 의식 및 실행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며 녹색성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고 그 이론과 실례를 녹색위에서 만들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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