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증거를 과학적 절차와 방법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이 사이버범죄 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 및 소송에도 활용되지만, 정작 법정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개선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PC문서와 이메일 등 각종 디지털 증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디지털 증거분석과 관련한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법 ·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디지털 증거 채택은 판사 개인의 판단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일례로 지난 2007년 이적단체 설립 등을 이유로 법정에 선 이른바 `일심회`사건은 디지털 증거를 인정하는 체계가 미흡해, 디지털 증거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증거임에도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디지털 매체에 저장된 문건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했던 1심을 뒤집고, 작성자 본인이 인정한 문건 외의 모든 디지털 매체 저장 문건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기소된 장민호 씨 등의 PC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문서를 PC 소유자의 것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일심회 사건 당시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디지털 증거를 채취했지만, 재판부는 기소자 본인이 작성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면서 “디지털 포렌식에 관한 법적 장치가 없고, 디지털 증거는 위변조가 쉽다는 선입관이 있어서 디지털 증거 채택 여부는 판사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또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하는 법 · 제도적 체계가 미흡한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디지털증거를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로 규정하는 데, `인케이스` 등 미 정부가 공인한 포렌식 툴을 사용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하면 증거물로 인정한다.
따라서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은 정보사회에 걸맞게 디지털 자료를 검증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적인 기준과 기술적 인증도구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이찬우 더존 정보보호서비스 대표는 “이미 ETRI와 국가보안연구소 등에서 개발한 국산 디지털 포렌식 툴이 있어, 법적인 체계만 갖춰진다면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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