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야기] 서인석, 그의 메카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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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익숙한 얼굴이 무대 위에 나타났다. 관객들은 일제히 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암묵적인 환호가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그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는 배가 된다. 수더분한 수염과 헤어, 양복을 갖춘 채 나타난 서인석. 마치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그의 이미지는 참 편하다. 평범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눈빛을 지닌 서인석은 어디에서나 호감을 사기 충분하다.

서인석은 TV드라마 `삼국기`, `태조 왕건`, `무인시대` 등에서 사극 연기를 선보이며 전성기를 누렸다. 대학로 극장 역시 낯설지 않다. 연기의 첫 발을 내딛었던 곳이 바로 대학로 무대였다. 그는 1973년부터 현재까지 37년 간 극단 실험연극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특히 연극 `메카로 가는 길`은 후가드 작으로 그에게 더욱 의미가 깊다. 작가 서인석은 후가드 작품만 이번으로 세 번째다. `쓰리 아웃`, `삼 세 번`이란 말이 있듯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만인이 인정하는 이순(耳順)의 연기파 배우지만 그의 메카는 여전히 `연기`다.



▲12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소감은 어떠세요?

-오랜만에 서는 무대가 낯설지 않습니다. TV브라운관의 연장선상인 것처럼 느껴지죠. 연극무대는 12년의 공백이 있었던 만큼 더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담스럽기도 했고, 긴장도 됐습니다. 이 역시 막상 연습이 시작되니 금방 적응이 되더라고요. 연극은 현장에서 바로 연기가 잘 되고 있는지, 관객이 몰입하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TV 연기와는 확연히 달라요.



▲연극 `메카로 가는 길`은 어떤 연극인가요?

-후가드의 작품은 1978년 연극 `아일랜드`로 처음 만났습니다. 1980년에는 연극 `빗줄기`로 무대에 섰고요. 2인극이었어요. 이번 연극 `메카로 가는 길`은 3인극이죠. 종전에 2개의 연극에선 흑인을, 이번엔 백인 목사를 연기하게 됐습니다.

청교도적인 경향이 강했던 당시 목사는 어마어마한 파워가 있었습니다. 제가 맡은 목사 역시 시골이지만 통치 질서를 모두 관장합니다. 반면 헬렌은 그런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며 살았습니다. 극은 그러한 `꿈`을 메카로 형상화했고, 결국 메카를 찾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대적으로 보면 만델라가 수감되며 시대의 격동을 겪는 혼란의 때였습니다.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시대였죠. 그 안에서 작품은 신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죠. 대사들을 잘 들어보면 언어 하나, 하나에서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발견할 수 있어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메카`는 무언가요?

-메카란 `자기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나의 `꿈의 세계`죠. 여러 가지 의미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저의 메카는 `연기`고 `배우`입니다. 저는 1965년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무대가 제게 메카라고도 볼 수 있죠. 연극무대에 서다 TV 탤런트로 스카우트되고, 비중 있는 역도 맡게 됐어요. 꾸미지 않는 본연의 마음만으로도 시대와 함께 흘러가며 연륜에 맞는 역을 맡게 됩니다. 예전 저는 후가드의 작품에서 20대 흑인 역을 맡았어요. 지금은 노인을 하거든요. 이 역은 20대가 하는 것보다 훨씬 리얼리티가 살겠죠. 같은 이치에요.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극단 실험극장이 5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에 여러 레퍼토리가 연말에 공연될 예정인데 여기에 참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제 TV는 젊은 사람들 위주로 가고 있어요. 예전 제 세대가 왔을 때는 제가 바빴지만, 지금은 아니죠. 이제 연극무대에서 젊은 날 못했던 것들을 펼치고 싶어요.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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