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서비스의 대표주자들이 잇따라 해외 진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사실상 세계 최초로 인맥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성공시킨 싸이월드나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인 미국에 포털로 승부수를 던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도전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지난해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네이버 재팬이 아직 남아있지만 국내에서와 같은 성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 등 해외 SNS 및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들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막강한 이용자층과 자본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토종기업들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에선 `빅3`지만.."=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13일 미국 와이브랜트(Ybrant Media Acquisition Inc.)에 자회사인 미국 라이코스를 3천600만달러에 매각했다.
다음은 라이코스의 웹사이트를 비롯해 검색, 게임(게임스빌), 엔젤파이어, 트라이포드 등 라이코스의 모든 소유권을 넘기면서 결국 미국 시장에서 손을 떼게 됐다.
다음이 라이코스를 인수한 것은 지난 2004년 7월. 다음은 라이코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무려 9천500만달러(1천112억원)라는 당시 국내 인터넷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다음은 당시 보유하던 700억원의 자금에 라이코스 인수를 위해 9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는 국내 인터넷 시장 성장이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외진출이 필연적이라고 판단한데다 라이벌인 NHN이 중국과 일본 게임포털 시장 연착륙에 성공하면서 뒤쳐진 해외사업을 일거에 만회하기 위한 수순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다음의 라이코스 인수 성공 가능성은 당시에도 높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시장이 야후와 구글, MSN 등 극소수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선두권에서 밀려난 라이코스가 성장할 여지가 많지 않은데다 막강한 자본력의 거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다음이 정면으로 승부하기는 벅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수 이후 다음은 끊임없는 지분법 손실과 불확실성으로 오히려 국내 주가가 발목을 잡히자 2005년 데이팅 서비스 매치메이커를, 2006년에는 금융정보 전문 사이트 쿼트닷컴과 뉴스 서비스 와이어드닷컴을 잇따라 매각했다.
다음은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기준으로 라이코스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결실을 거두게 되지만 장기적으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필요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결국 라이코스의 완전 매각을 단행했다.
사실상 SNS의 원조로 불리는 싸이월드 역시 해외 시장 진출에서 잇따른 실패를 경험했다.
마이스페이스 등 해외 SNS 사이트가 벤치마킹할 정도였던 싸이월드는 2005년 10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진출을 준비했다.
2007년 8월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싸이월드는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유지하는 동시에 미니미, 선물가게, 브라우저 호환성 등에서 현지 이용자들의 기호를 반영했다.
서비스의 핵심 개념인 일촌은 `이웃`(neighbors)으로 바꾸고 미국 내 경쟁 서비스보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장치, 세련된 사용자 환경(UI)과 부가서비스로 무장했다.
그러나 서비스 시작 이후 가입자수가 수십만명 수준에 머물면서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하자 결국 2008년 12월 신규 회원가입을 중단하면서 서비스를 마무리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NHN의 해외 진출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성공 여부를 쉽사리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NHN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일본이다.
지난 2000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NHN은 현재 일본에서 검색과 게임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검색의 경우 지난해 7월 네이버 재팬이 `함께 찾는 검색`을 콘셉트로 오픈베타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 재팬은 콘텐츠 중심인 국내 서비스와 달리 구글처럼 검색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월간 순방문자수(UV) 586만명으로 일본 1위 사업자인 야후의 8%, 구글의 9% 수준까지 성장했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블로그에 강점을 갖고 있는 라이브도어를 인수, 네이버의 이미지 검색 엔진을 제공하는 등 시너지 효과 제고를 위한 방안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재팬 역시 아직 정식 서비스 시점을 잡지 못한데다 일본 검색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야후재팬과 3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구글이 검색사업에서 제휴를 맺음으로써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몰려오고..=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싸이월드의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빅3업체가 해외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느끼는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해외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은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검색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빅3가 90%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고 모바일 검색 시장이 열리면서 조금씩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구글은 자사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료배포하면서 다양한 스마트폰에 모바일 음성검색과 지도서비스, 캘린더, 지메일 등 구글만의 콘텐츠를 최적화된 형태로 탑재, 모바일 시장에서 만큼은 글로벌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 국내에 정식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 역시 이미 국내에서 100만명 가까운 사용자를 끌어모으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인터넷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어려운 반면 글로벌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활성화된 가장 큰 요인으로 언어 문제를 꼽고 있다.
마이스페이스는 물론 페이스북 역시 싸이월드의 각종 시스템을 벤치마킹했지만 싸이월드는 실패하고 페이스북이 성공한 요인 중 하나는 결국 영어라는 글로벌 언어에 기반했느냐 여부 때문이라는 것이다.
포털 역시 마찬가지다.
검색포털은 사회 문화를 담고 있는 언어의 장벽이 높기 때문에 현지화가 가장 큰 관건이 된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구글이 1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한국 등 5개국 모두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거나 활성화되지 못한 국가라는 점을 봐도 포털 서비스에 있어 언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NHN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적으로 언어 장벽이 낮은 게임을 통해 어느 정도 현지화에 성공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단순 매출 규모만 비교해도 구글은 20조원이 넘어 네이버의 20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의 투자 규모가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한계가 있다보니 각종 서비스 개발에도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최근 떠오르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서버 투자가 필수적인데 국내업체가 구글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시장의 흐름을 읽는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디바이스가 등장하면서 과거 백화점식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포털 보다는 검색과 SNS에 집중한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관리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 싸이월드와 달리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개방형 서비스를 도입한데다 비교적 단문이나 간단한 콘텐츠 위주로 소통하는 점이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실제 20대 여성 사용자 위주의 싸이월드와 달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SNS 관리에 큰 시간을 들이지 않는 30대 이상 남성 사용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결국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펼쳐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서비스의 특성상 국내 시장에 안주해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소홀할 경우 결국 글로벌 기업에 안방을 내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대 글로벌 기업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현지화와 지속적인 신기술 도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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