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은 여전히 기대주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반도체 분야가 그것이다. 반도체 분야 가운데 미세화가 가장 앞선 메모리의 경우 나노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회사의 생존과 직결될 정도다.
하이닉스는 최근 20나노급 64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이전 30나노급 제품에 비해 생산성이 60%나 향상됐다. 30나노기술을 이용하면 한번에 1000개를 생산하는 데 그쳤지만 20나노기술을 적용하면 160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메모리 선두 기업들은 대부분의 D램 생산을 50나노급 이하에서 생산하지만 후발기업들은 이제야 50나노급 생산에 착수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반도체 부문에서 각각 2조9400억원, 1조원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대만의 난야, 이노테라 등이 여전히 적자를 기록한 것도 그 때문이다. 메모리 미세화는 현재 D램의 경우 30나노, 낸드 플래시의 경우 20나노급까지 상용화됐다. 그러나 그 이하로 진전하기 위해서는 현재 장비로는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업계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검토 중인데 대당 가격만 1000억원을 호가한다. 나노가 얼마나 돈과 밀접한 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기존 제품을 미세화하는 기술과 함께 나노 물질을 이용한 제품 상용화도 나노기술 발전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나노물질은 탄소나노튜브(CNT)다. 수~수십 나노미터길이의 6각형 튜브인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전도도가 구리와 비슷하고 열전도율은 자연계에서 가장 뛰어난 다이아몬드와 같다. 강도는 철강보다 100배 뛰어나다. 우선 CNT 생산에는 국내에서 한화나노텍, 제일모직, 금호석유화학, KH케미컬, 나노솔루션, 카본나노텍 등이 일부 생산에 들어갔다. 해외에서는 바이엘 등이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CNT를 응용한 소재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상보, 탑나노시스 등은 CNT를 이용한 터치패널에 사용할 수 있는 투명전극을 개발중이다. 이것이 상용화될 경우 ITO(산화인듐주석) 필름을 대체할 수 있어 연간 1조원 이상의 원자재 수입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미래는 지난해 탄소나노튜브 복합소재를 활용한 정전기 방지용 트레이를 개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석경에이티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토너의 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토너 기업들과 협상 중이다. 대진공업은 CNT를 코팅해 방열성능을 크게 개선한 방열판 및 LCD TV용 섀시를 전시했다.
나노기술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는 이미 나노물질인 플로렌(C60)을 첨부해 자외선 차단 및 황산화 기능을 갖춘 기능성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 미쓰비시는 기존 태양전지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자외선 대역의 파장을 바꿔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태양전지용 형광물질을 선보였다. 후지필름은 LED의 광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확산필름과 소재를 개발했다. 나노코팅을 활용해 방수기능을 극대화한 기능성 섬유, 유리 등도 선보였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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