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인당 GDP, 20년 뒤면 日 넘어설 듯

최근 일본 전자 업계가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한국에 패권을 넘겨줄 것이라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반도체 ·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핵심 원천 기술을 먼저 개발해놓고도 한국에 맹주의 자리를 빼앗겼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한국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첨단 산업을 앞세워 향후 20년 뒤면 전체 경제력에서 일본을 제친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아사히신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일본 업계들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에 기선을 제압당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LG화학 · 삼성SDI · SK에너지 등 주요 대기업이 공격적인 투자와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사이, 일본 업계는 이미 대응이 때늦었다는 지적이다. 여기다 2차전지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의지도 한국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한국 내에서만 1조원의 투자를 단행하는 한편, 미국 · 유럽 등 주요 해외 시장 선점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에서 개최한 2차전지 공장 기공식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미국 대통령이 해외 업체의 생산 공장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일본에서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LG화학의 2차전지 주요 고객사는 GM을 비롯, 조만간 10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SDI의 공격적인 행보도 위협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독일 보쉬와 합작, BMW와 공급계약을 각각 성사시킨 뒤 오는 2020년까지 총 5조4000억원을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일본 산요전기와 소니에 이어 세계 시장 3위에 그쳤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최근 4년간 9.3%에서 14.9%로 껑충 뛰어올랐다. 일본 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LG화학도 이 기간 4.8%에서 8.8%로 배 가까이 성장했다. 여기다 최근에는 SK에너지 등 한국의 다른 기업들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한국 정부 또한 지난달 전 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겠다며 총 15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10개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은 지금까지 늑장 대응 탓에 주도권을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파나소닉이 지난달 산요전기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뒤늦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세이치로 사노 산요 대표는 “(발빠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 중대한 실수”라며 “모회사와 힘을 합치지 못한다면 한국 기업들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고백했다.

한편 미래 첨단 산업은 물론이고 현재 반도체 · 디스플레이 · 휴대폰 등 주요 전자 시장에서 한국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결과 오는 2031년이면 1인당 국내총생산에서(GDP)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는 최근 2031년 한국의 1인당 GDP 규모가 7만2432달러로, 일본의 7만1788달러를 추월한 뒤 2040년에는 2만1042달러까지 그 격차를 벌릴 것으로 예상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