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라마단`과 배려의 철학

11일부터 무슬림 최대 행사인 `라마단`이 시작됐다. 아랍어로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갈라진 땅바닥과 같은 상태를 뜻하는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 번째 초승달이 뜨는 날부터 한 달 동안 치러진다.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뜨거운 기간인 낮 시간에는 어떤 음식도 먹지 않는다. 음식뿐만 아니라 물, 심지어 침조차도 삼키지 말아야 한다. 금욕도 같이 이뤄진다. 인간의 기본 즐거움에서 멀어지는 인내와 고통의 기간이다. 사실 이슬람교 최대 행사지만 라마단의 이미지는 이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냥 별난 행사 정도다. 아마도 한 달 금식은 외부에 알려진 이야기일 뿐이고 실제로 그렇게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하기 쉽다.

현지에서 본 라마단에 임하는 자세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공교롭게 지난 주 말레이시아 출장이었다. 말레이시아는 국교가 이슬람이다.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는 현지의 나이 어린 이슬람 가이드를 보면서 새삼 라마단을 다시 봤다. 라마단은 무슬림에게는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신성불가침이었다.

현지인이 말하는 라마단의 여러 의미 중에서 하나가 의미심장했다. 한 달 동안 헐벗고 굶주리며 소외된 사람과 고통을 같이하자는 연대 의식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었다. 좀 단순하게 말해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봐야 배고픈 인생을 알 수 있다는 식이다. 다른 사람을 먼저 헤아리는 배려의 철학, 남의 입장에서 보는 `역지사지`의 논리다.

정부와 산업계가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방안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불행히도 모두 취지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각자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이다. 역지사지식으로 입장을 바꿔 대기업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중소기업은 대기업 입장에서 상생 방안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굶주린 사람의 고통을 알기 위해 한 달 동안 목숨을 건 금식을 치르는 나라도 있는데 말이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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