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컬럼] 벤처 성공시대

10여년 전 인기 TV 다큐멘터리 가운데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997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프로골퍼 박세리까지 5년여 동안 총 187부작이 방영됐다. 각자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감동적인 인생 역정을 소개하며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키워드별로 정리해주는 진행 방식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성공시대에 출연한 인물들이 `과연 이 시대에 성공한 사람들인가?`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그들 개개인은 일반인과는 다른 성공 인자(因子)를 가졌음이 분명했다. 눈물 젖은 빵은 기본이고 강한 신념과 낙천적인 사고방식로 역경을 헤쳐나간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울산 모래벌판 사진 한 장을 들고 4500만달러 차관을 얻어내 조선소를 만든 정주영 회장의 얘기는 이제 상식이 됐다. 유상욱 코리아나 사장은 55세의 나이로 창업을 결심했고 동사무소에서 서류떼는 일부터 배웠다. 국내 최고의 동시 통역사 최정화씨는 학창시절 꿈도 한 · 불 · 영 3개국 언어로 꾸었다고 한다.

최근 전자신문도 올해 벤처1000억 클럽에 들어간 주요 멤버의 성공스토리와 비전을 시리즈로 소개했다. 벤처에게 매출 1000억원은 언젠가는 달성해야할 `꿈이자 목표`다.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목숨보다 소중하게 지킨 신뢰,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용기 등 매출 1000억원 고지에 올라선 성공 벤처기업의 노하우 역시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세심함과 꼼꼼함으로 `황금 귀`라는 별명을 가진 박남규 코원시스템 사장은 지금도 제품 출시 전 최종 음질 테스트에 참여해 직접 확인을 거친다. 소비자에게 최고의 음질을 선사하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발전설비 전문기업인 신텍의 조용수 사장은 사업 자체보다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고 습관처럼 얘기하지만 이를 절실히 피부로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라며 지구 보호와 환경 얘기부터 꺼낸다. 이런 자부심이 신텍을 10년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만들었다.

배터리 전문기업인 넥스콘테크놀러지의 김종환 사장은 직업이 CEO고 취미는 연구다. 틈만 나면 개인 연구실로 들어가 새벽 2~3시까지 전지모듈을 붙잡고 들여다보기 일쑤다. `평생학습`이 사훈인 우준환 피플웍스 사장도 `외과의사한테 치과진료를 보라는 격`이라는 주변의 불만과 반대에도 뚝심 하나로 중계기와 LED · LCD라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척해 냈다.

벤처 성공시대를 이끄는 기업가들은 자신만의 분명한 원칙과 철학을 지녔다. 이들은 주변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야할 길을 간다. 10년 전 다큐멘터리 성공시대가 뽑은 성공 비결 1위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다.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이 원칙은 과거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이런 당연한 결과를 놓고 보면 내가 왜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주상돈 경제과학담당 부국장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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