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취향이나 감정을 인터넷에서 과도하게 화려하고 도취적인 글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 말.
`실속 없이 겉으로만 드러나 보이는 기세`라는 `허세`(虛勢)의 사전적 의미와 일맥상통하지만 인터넷에서의 허세는 주로 자신의 취향이나 감수성의 남다름을 나타내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의미의 허세와 구분된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은 `아픈 마음의 상처, 남들 같은 주말과 공휴일의 혜택도 누릴 수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든 휴식은 앙드레 가뇽의 연주와 커피를 음미하며 보내고`, `손가락이 부르트고 감각마저 무뎌져 버리는` 어려운 도전 앞에서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내면의 열망`을 발견하는 간지 나고 성찰적인 인간형이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사진을 찍어대는 것을 참을 수 없기에` 할리우드가 아닌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해 한다. 즐겨 읽는 신문은 `뉴욕 헤럴드 트리뷴`.
허세와 싸이월드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미니홈피는 사람들 마음 속 깊이 독한 상처처럼 똬리 튼 자신도 몰랐던 허세의 욕망을 끄집어내 만인 앞에 드러낼 수 있게 한 욕망의 판도라 상자이며, 벗어날 수 없는 덫과 같은 미니홈피의 좁은 프레임 속에서 허세 문화를 키우고 확산시킨 허세의 모태이다. `허세 근석` · `허세 려원`이라는 허세의 아이콘이 발굴된 곳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선 우아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풍성한 식탁과 삼청동 까페의 벨기에식 와플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의 `취향의 허세`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별, 실연, 낙심 등의 사적 감정을 인류 차원의 고민으로 승화시키는 `감정의 허세`, 미니홈피 대문에 `힘 내 넌 할 수 있잖아!` 류의 문구를 써 놓는 `자신감의 허세`도 흔하다.
미국 학자 베블렌은 유한계급이 경제력을 통해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 사치스러운 `과시 소비`를 한다고 보았다. 인터넷은 이같은 과시 욕망의 발현을 전 국민에 평준화시킨 `디지털 과시`의 장을 제공했다.
* 생활 속 한 마디
A: 사람들은 왜 이다지도 쉽게 서로에게 상처를 줄까? 지구별 어딘가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일지라도 한번 서로 다독여줄 평화의 씨앗 하나는 마음에 품을 수 없을까?
B: 업무 실수로 상사한테 한 마디 들은 거 갖고 이러는 건 손발이 오그라드는 허세예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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