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 세계 IT경기 회복에 여름 휴가 잊었다

그동안 장기 침체를 겪어왔던 일본 주요 전자업체들이 올 여름 휴가도 반납한 채 전 세계 IT 경기 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태세다. 특히 전자 부품 · 소재 업계는 한국발 특수를 톡톡히 누리면서 무역 수지 개선의 효자로 떠올랐다.

11일 요미우리 · 아사히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전자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전 세계 IT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여름 휴가를 건너뛰고 있다. 극심한 시장 침체에 개점 휴업사태까지 직면했던 지난해 한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경합중인 도시바는 최근 스마트폰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12일부터 시작되는 휴가 기간에도 미에현의 요카이치 공장을 정상 가동하기로 했다. 올 들어 합병을 통해 메이저 반도체 회사로 탄생한 르네사스전자는 본사의 휴가 시즌인 지난 주말부터 오는 15일까지 자국 내 10곳에 달하는 공장은 평소처럼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 10개 라인이 전체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만큼, 평판 TV와 내비게이션용 반도체 공급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다. 주요 D램 업체인 엘피다도 이번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히로시마현의 공장을 정상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올 들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삼성 · LG · 하이닉스 등을 주요 거래선으로 확보한 일본의 전자 소재 · 부품 업체들은 큰 수혜를 누리고 있다. 대한 무역수지 흑자 확대의 공신으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 상반기 한국은 전자 부품 · 소재의 대일 무역 적자가 120억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91억달러보다 30% 가까이 급증했다. 최대 정밀화학 업체인 스미토모화학의 경우 삼성전자 · LG디스플레이 등에 LCD 편광필름과 컬러필터 등을 공급하면서 동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와 LCD의 측정 장비 업체인 냅슨은 지난 회계연도 30% 이상의 매출 성장율을 달성했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였다.

히데히코 무코야마 일본리서치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다양한 첨단 부품과 소재 시장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를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협력을 적극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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