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은 테라 전과 후로 나뉠 겁니다.”
블루홀스튜디오(대표 김강석)가 만든 대작 게임 `테라`의 제작진행을 맡고 있는 김낙형 프로듀서(PD)는 대규모 MMORPG 중 국내 최초로 적용된 테라의 `논-타기팅(non-targeting)` 기술을 이렇게 말했다. 논-타기팅 기술이 적용된 대규모 MMORPG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이 기술은 기존 MMORPG들이 전투대상을 설정하면 목표대상과 이용자 간에만 전투가 일어나도록 했던 것과 달리 처음부터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실제 세계에서 전투를 하듯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현실에서의 물리 공간 개념이 게임 세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게임 속에서 내가 칼을 한 번 휘두르면 칼에 맞을 수 있는 범위 내 몬스터나 다른 이용자들이 다 걸리는 것이다. 기존 MMORPG에서는 목표 대상만 설정하면 화면에서 눈을 떼더라도 캐릭터끼리 알아서 전투를 마치지만, 논-타기팅 기술이 적용된 테라는 실제 세계와 똑같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상황발생에 대비해 경계를 늦출 수가 없다. 김낙형PD는 “훨씬 복잡하고 역동적인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타기팅 기술은 닌텐도 위(Wii) 등 콘솔게임에서는 이미 적용돼 있다. 그러나 MMORPG는 늘 예외였다. 수천, 수만 명이 한 공간에 동시에 접속하기 때문에 탄탄한 서버기술이 없으면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낙형 PD는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기에는 서버가 부담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브리지 역할을 해주는 논리서버를 따로 만들었다”며 “이 서버가 여러 군데에서 오는 복합 데이터를 부하가 걸리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처리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테라는 개발 기간만 순수하게 3년 6개월이 걸렸다. 400억원이 넘는 개발비에 인력은 230명이 투입됐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투자다. 제작진행을 맡은 김 PD는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쇼 `E3`에 참가해 해외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테라의 논-타깃팅 기술을 직접 설명했다. 현장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했다.
김낙형PD는 테라로 MMORPG의 세대가 바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게임 업계는 기술개발을 열심히 해서 한계를 넘어서려 하기보다 처리방식의 복잡성을 단순화시켜서 최신게임을 내는 것이 트렌드였다”며 “여기에 오히려 정면승부를 걸어 `이런 것도 된다`고 시장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논-타기팅을 구현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혁신적인 게임을 고민하다보니 서버구조도 알게 되고 논-타기팅도 적용하게 된 것”이라며 “테라 이후에 자극받은 다른 회사들도 이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블루홀스튜디오는 테라를 들고 오는 18일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스컴(GC)`에도 나갈 예정이다. 현재 테라는 북미, 일본, 유럽에 진출해 있으며 국내 정식 서비스는 연내로 예정돼 있다.
김낙형 PD는 “MMORPG의 세대가 바뀔 수 있는 지평을 열고 싶다”며 “혁신적인 시도들이 계속돼 이용자들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블루홀스튜디오가 선구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