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역 지하상가는 지난 5월 실내 1500개 일반 조명을 모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그러자 5월 이 상가의 전력사용량은 지난해 5월보다 35%나 줄어들었다.
전국 1500개 전통시장 지원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당시 부평역 지하상가가 LED 조명 교체와 더불어 에스컬레이터를 새로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사용량과 요금이 대폭 낮아졌다"고 말했다.
일반 조명을 LED로 교체하면 통상 전기값 50%를 줄일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실내 온도도 30% 낮춰줘 냉방장치 사용에 따른 전력소비를 추가로 줄여주는 장점까지 있다.
실제로 제주에 위치한 동문수산시장은 최근 실내 고방전 램프를 모두 LED로 교체한 뒤 조명 발열량이 기존 섭씨 300도에서 60도 내외로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
부평역 지하상가와 제주 동문수산시장은 모두 LED 조명 사용에 따른 전기 절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국내 LED 조명 보급이 늘면서 많은 소비자가 실제로 이 조명을 사용할 경우 제품 구입가격과 비교해 얼마나 많은 전력사용량을 아낄 수 있는지 관심을 쏟고 있다.
◆ 효율ㆍ가격 두 마리 토끼 잡아라
= LED 조명업계는 올해 초부터 제품 효율과 판매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효율은 끌어올리되 판매가격을 낮춰야 실질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단위전력당 100루멘(lm/W) 이상의 효율 달성은 지난해까지 모든 LED 조명업체의 꿈이었다. 그러나 이는 올해 들어 현실이 됐다. 지난 1월 LED 소자 생산업체 일진반도체는 120루멘급 LED 패키지 개발에 성공했고 서울반도체 역시 지난 2월 자사 LED 칩 생산 계열사 서울옵토디바이스를 통해 100루멘급 제품을 고안한 데 이어 4월 150루멘급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조명 가격 인하는 외국발 영향이 컸다. 일본 도시바가 지난해 3월만 해도 개당 1만엔 정도이던 7W급 LED 전구 가격을 3개월 후 4000~5000엔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이후 샤프와 파나소닉, NEC 등 주요 전자업체도 이 가격대와 유사한 보급형 제품을 줄줄이 발표했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초저가 LED 조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화우테크놀러지가 지난 2월 2만원대 제품을 출시했고 루미텍도 자사 신제품에 그와 유사한 판매가격을 매겼다.
필립스 역시 백열등이나 할로겐 램프를 대체할 4~6W급 LED 램프를 2만원 전후 가격에 내놨다. 기존 백열전구 소켓에 간편하게 끼워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LED 램프는 효율과 소비전력에서 일반 조명을 크게 압도한다.
실제로 조명업체 A사가 만든 보급형 LED 램프의 효율은 80루멘으로 할로겐 램프(20루멘 내외)나 백열전구(12루멘가량)보다 높지만 소비전력은 6W 수준에 불과하다. 할로겐 램프와 백열전구 소비전력이 각각 50W와 60W인 점을 고려하면 전력사용량이 훨씬 적다.
수명도 할로겐 램프가 2000시간, 백열전구가 1000시간 수준인 반면 이 LED 램프는 무려 5만시간에 달한다. 물론 가격 차이는 크다. 가장 싼 백열전구가 1000원대이지만 LED 램프는 저가형이라고 해도 2만9000원이 조금 넘는다.
A사 관계자는 "구입가격이 백열등보다 30배 정도 비싸지만 효율이나 전력사용량 등을 고려하면 LED 제품 사용이 장기적으로 더욱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 LED 조명 가격 확 내려야
= 하지만 효율이나 전력사용량을 떠나 당장 가격 차이가 30배가 나는 현실에서 소비자가 LED 조명을 향해 선뜻 지갑을 열기는 힘들다.
대형 마트에서 팔리는 2만원대 보급형 제품을 제외하고 일반 조명기구 상점에서 판매되는 LED 제품은 5만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데다 형광등 대체용 제품 중에는 최대 50만원에 이르는 것도 있어 여전히 비싼 편이다.
결국 LED 조명 가격이 올해 들어 급격히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소비가 이뤄지려면 가격이 파격적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얘기다.
감덕식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LED 칩과 패키지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화학증착장치 등 장비 가격이 너무 비싸 LED 조명 가격이 대폭 낮아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다만 최근 이들 장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LED 조명 가격도 3~4년 후에는 더욱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LED 조명업계가 시장 가격이 떨어지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관련 업체들이 LED 조명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공동구매로 싸게 사들여 제조원가를 낮추면 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
아울러 LED 조명이 지닌 속성을 활용해 기존 조명으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시장을 새로 창출해 나가는 일도 필요하다.
감 연구원은 "LED 조명은 백열전구나 형광등과 달리 빛 삼원색인 레드ㆍ그린ㆍ블루(RGB) 조합으로 다양한 색을 창출할 수 있고 에너지 절약도 우수하다"며 "감성 조명이나 에너지 제어 분야에 LED 조명 활용을 높이는 쪽으로 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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