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거버넌스 개편 초읽기]<중>보고서 따로 정책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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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가 연구개발(R&D) 거버넌스 개편안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연구원과 관련 단체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출연연은 그동안 정부 부처의 요구에 따라 R&D를 수행해 왔으나 성과도 못 낸 채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구조조정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연구회는 국가 R&D 및 출연연 개편을 위해 여러 방안을 만들어 논의해 왔다. 지난해 아서 D 리틀(ADL)이 산업기술연구회로부터 용역을 받아 제출한 코어프로젝트 보고서와 지난 6월 비공개로 청와대에 보고된 과학기술 출연연 발전민간위원회의 `국가과학기술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방안`, 그리고 최근 정부가 수립 중인 `국가 R&D 부처 조정안` 등 크게 세 가지다.

◇국가 R&D 부처 조정안=정부가 마련 중인 거버넌스 개편안은 연구회를 해체하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교과부와 지경부를 중심으로 나눠 배치하되 상당부분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짜여졌다. 이 방안에 따르면 교과부 산하에는 총 6개 법인, 지경부 산하에는 기존 9개 출연연을 한국융합기술원으로 단일 법인화하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직할기관으로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산 조정권을 각 부처가 갖는데다 부처별 R&D 수행으로 중복 논란을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민간위 출연연 발전방안=민간위는 상위 거버넌스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대신 100명 정도의 자체 조직을 갖춘 국가연구개발위원회를 제안했다. 시나리오는 2개가 있지만 밑그림은 국과위 상설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민간위는 지난 7개월간 19차례의 정기 위원회와 16차례의 소위원회 개최, 38회의 간담회 및 현장방문, 자문회의, 23회의 검토회의 등 자그마치 76회에 걸쳐 크고 작은 미팅을 진행했다.

이 밖에 지난해 ADL이 만든 보고서는 지식경제부와 산업기술연구회 견해가 잘 반영돼 있다. 과학기술계 컨트롤 타워는 과학기술수석 신설이나 실무전담조직 설치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담았다.

◇출연연 분할 반대=정부가 조만간 부처조정안을 법제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연연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예산 조정권 없는 국과위 강화안이나 부처로 출연연을 쪼개는 방안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상용화 연구 중심으로 출연연을 내몰더니 참여정부는 IT839 등 정부 요구에 따른 실적 중심 R&D로 다시 5년을 보냈다는 것이 출연연 연구원들의 하소연이다. 특히 과거 축소된 정년과 기관장 임기 5년을 내세워 IMF 때에 버금가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민간위원회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국가 R&D 체계를 근본부터 손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너무 많아 정부가 엄두를 못내는 것 같다”며 “우선 최선안을 도출해 정리한 뒤 차기 정부에서 재정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