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가 금요일 저녁으로 미루고, 다시 다음 주로 미뤘다가 결국 다시 날을 잡기로 한다. 중간에 업무적인 약속들이 툭툭 끼어들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정이 만날 의지를 뺏어버린다. 몇번 약속을 깨고 나니 이제 연락조차 안 온다. 주변에 친구가 사라지고 가족은 이골이 났다. 거래처와 호텔에서 먹는 뷔페보다 가족과 단촐하게 마주앉은 밥상이 그립다. 직장일 때문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낼 시간을 빼앗린 삶, 사생활은 없고 회사생활만 나를 점령해버렸다.
사생활과 회사생활을 똑같이 반반 할애했다고 해서 속 시원하지도 않다.
시시각각 일이 우선할 때도 있고 가족이 최우선일 때도 있다. 회의보다 아들 태권도 발표회가 더 중요하기도 하고 가족 소풍보다 직원 워크숍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일과 삶의 균형은 산술적 평균이 아니라 기우뚱거리면서 무게 추를 옮기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흔쾌히 결단하고 포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일과 삶 사이의 우리가 겪는 갈등은 시간만이 아니다. 일과 삶이 대립되어 싸울 때는 시간도 쟁점이지만 감정도 한몫한다. 내 삶을 뺏겨버렸다는 분노, 가족을 저버렸다는 죄책감, 야근이냐, 약속이냐를 갈등하는 심리적 혼란, 가족과 함께하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감 등등, 일이 나를 점령한 게 아니라 감정이 나를 점령했다. 이제 더 이상 갈등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명확히 우선순위를 정하자. 시간도 선을 그어야 하지만 감정도 선을 그어야 한다. 겨울에는 여름을 그리워하고 여름에는 겨울을 기다리는 어리석은 행동처럼 일하면서 삶을 꿈꾸고 휴식하면서 일 걱정을 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쉬기로 한 날은 다 잊어버리고 쉬고, 일하기로 한 날은 더 이상 투덜거리지 말고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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