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비용 절감과 계열사 통합 운영을 골자로 하는 정보기술(IT) 거버넌스 재편에 나섰다.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강조한 조직 통합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IT투자 축소와 IT역량 약화가 우려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불고 있는 경영구조 재편과 인수합병(M&A) 움직임에 맞춰 주요 금융사 IT부문도 조직과 운영체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신임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 취임에 이어 이달 초 은행 조직 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은행 IT그룹은 품질관리, 테스트를 담당하는 IT아키텍처부가 IT기획부로 통합됐다. 올 초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마무리됨에 따라 차세대개발부도 기존 개발부서로 통합됐다. 결과적으로 2개 부서가 줄었다. 은행 CIO 역시 교체됐다.
KB금융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 IT조직 개편을 마무리함에 따라 계열사 간 IT 통합운영 논의를 본격화한다. KB금융지주는 올 하반기 은행 IT인력 및 운영기능을 계열 IT서비스업체로 이관하는 것을 포함한 IT거버넌스 개편 컨설팅을 받을 예정이다.
우리금융그룹도 경남·광주은행 분리매각 이후에 대비해 IT거버넌스 재검토에 나설 예정이며, IBK금융그룹은 이달부터 은행·캐피털·증권·보험 등 그룹 계열사의 IT자원 구매창구를 IBK시스템으로 단일화하는 통합구매제도를 도입했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지난해 증권에 이어 은행 IT부문을 계열 IT서비스업체에 통합하는 것을 준비 중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4월 신임 총재 취임 이후 착수한 전체 조직진단 컨설팅이 끝나는 대로 연말이나 내년 초 차세대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권은 이 같은 통합 운영이 IT부문 효율성을 다소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각 계열사가 공유할 수 있는 IT부문을 통합해 업무 효율화를 이루고 그룹 차원의 일관된 IT정책 추진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석훈 IBK시스템 경영전략실장은 “그룹 차원의 IT표준화로 구매 효율성을 높이고 도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진 방법은 각기 다르더라도 모두 비용 절감을 목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IT산업 측면에서는 투자 축소, 금융권 측면에서는 금융IT 비중 저하가 우려된다.
A은행 관계자는 “과거 금융IT가 단순한 전산자원 운용에서 비즈니스 지원으로 역할을 바꿨다면 앞으로는 이를 기본으로 하되 총소유비용(TCO)을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진 과정에서 IT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해 잡음이 예상된다. 이미 수개월째 IT아웃소싱을 놓고 사측과 대립 중인 우리투자증권의 구희득 노조위원장은 “검증되지 않은 회사의 IT전략 때문에 직원들이 계속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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