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더스포럼]녹색 성장과 녹색규제의 균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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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건물 안의 온도가 너무 높아 더워서 회의 효율이 오르지 않았다. 에너지 이용 합리화 방침에 따라 28도 이상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발 시원한 직장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한다. 주차장에서는 5부제 때문에 주차가 허용되지 않았다. 이제 녹색규제가 실감이 나면서 이것이 과연 녹색성장 모델인가 하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퇴보적 규제는 일시적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적용할 방안이지 법으로 정한 미래의 비전이 결코 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절약은 좋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절약은 단순히 절약이 아니다. 새로운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실내 온도를 규제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효과보다는 절약의 모범을 보이기 위한 희생적 선택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공공부분의 에너지 활용량은 미미하므로 효율증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전시적 절약을 넘어서는 녹색성장 모델이어야 창의적이고 미래 지향적 대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싱가포르는 적도 우림에 꽃피운 성공의 신화이다. 더위와 모기를 이기고 문명을 꽃피운 바탕에는 냉방기술이 있다. 냉방은 낭비가 아니라 성장의 원천이다. 그래서 냉방 온도를 규제하는 법이 없다. 더우면 고객이 떠나갈 것이고, 그 고객이 떠나가면 외국 여행객도 서비스 산업도 떠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가운데 더 능률을 올리는 것이 성장 동력이다. 에너지 비용보다 부가가치가 더 큰 산업에서는 에너지를 사용해야 녹색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궁극적 판단기준은 에너지 가격정책과 연동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일방적 규제는 부작용이 더 클 위험이 상존한다. 획일적 가격인상이 아니라 피크타임의 절약이 유도되는 가격체계의 구현 활성화에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물 절약의 심각성을 설교하는 목사님이 `물을 물 쓰듯 하지 맙시다`란 이야기를 했다. 물 쓰듯 낭비한다는 표현이 우리 언어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변기에 벽돌 하나씩 넣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 변기를 크게 만들어 놓고 벽돌을 넣자고 하는가? 왜 대소변을 구분하는 레버를 보급하지 않는가? 너무 단편적 생각에 빠져 있다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최근 교토대학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녹색성장의 현주소를 2009년 국제통계로 비교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녹색 규제가 정말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겠는지 걱정이 된다. 신재생에너지의 주를 이루는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아직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지원금의 80% 이상을 값비싼 태양광 설치의 보조금에 지출했지만 세계 10대 태양광 제조회사에 한국 기업은 없다. 풍력발전기의 10대 기업에도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수입품을 국내에 비싸게 설치하는 단계는 녹색규제이다. 우리나라에 비싸게 설치한 비용 이상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비로소 녹색성장의 균형이 가능한 것이다.

다행히 2030년에 전력생산의 59%를 차지할 원자력발전이 수출 단계까지 발전했다.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LED 조명도 경쟁력이 있다.

마지막 희망은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이 성공한 저력에서 찾을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그 저력으로 녹색성장에서도 성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늦어지면 기회가 없어질까 우려된다.

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jk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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